
국내 암 사망률 1위 폐암. 이를 치료할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건강보험 급여가 이달부터 확대됐다. 1년 약값이 9800만원에 달했던 고가 항암제가 급여 인정을 받으면서 폐암 치료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급여로 인정이 되면 환자들은 365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키트루다를 기초(backbone)로 한 후속 치료제 임상도 활발해지면서 폐암 환자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건강보험 급여 범위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까지 확대됐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일종으로 암세포 크기가 작지 않다는 뜻에서 '비소(非小)'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사례의 80~85%를 차지한다. 5년 생존율은 약 25%로 첫 진단에서 4기일 확률은 40~45%다. 키트루다는 면역관문억제제로서 뛰어난 효능을 보여 폐암 표준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암세포 표면에는 'PD-L1'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 공격을 차단한다. 암을 공격하는 면역 T세포의 레이더인 'PD-1' 수용체에 PD-L1이 결합하여 면역세포가 암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키트루다는 암세포의 PD-L1보다 먼저 T세포의 PD-1 수용체에 결합, 암세포가 면역 시스템을 피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처럼 우리 몸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을 죽이는 치료제를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라고 한다.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키트루다와 기존 항암제 병용 치료 시, 환자 생존 기간이 17~26개월로 대조군 대비 두 배 이상 연장된다"며 "또한 병용 시에는 최대 60% 반응률을 보인다. 엄청난 치료 효과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키트루다는 임상 시험에서 첫 치료부터 사용해도 기존 항암제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를 얻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세포 독성 항암제 1차 치료 후 실패한 환자에게만 2차 치료로서 키트루다 급여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키트루다 1년 약값은 비급여 시 약 9800만원으로 최근까지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았던 1차 치료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비소세포폐암 5년 생존율이 약 25%이기 때문에 1차 치료에서 세포 독성 항암제를 썼지만 효과가 좋지 않았던 환자는 2차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망할 수 있다.
안 교수는 "2차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쓰면 20~30% 환자는 사실 2차 치료를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부터 면역항암제를 쓰면 환자 생존기간이 약 22개월로 대조군 대비 두 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를 이용한 후속 치료제 임상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 효과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효가 듣지 않는 환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키트루다 병용 요법으로 기존 항암제 치료군 대비 환자 5년 생존율이 15%에서 30%로 늘어났다"면서도 "70% 환자에게는 여전히 사망률이 높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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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MSD가 개발 중인 'MK-7684A'와 화학방사선 병행 요법을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화학방사선 병행 요법과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승인했다. MK-7684A는 키트루다와 항TIGIT 제제인 신약 물질 '비보스톨리맙'을 합친 복합제다.
항TIGIT 제제는 T세포 표면에서 발현해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피하지 못하도록 한다. 기존 면역항암제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어 높은 시장성이 예상되고 이미 여러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로슈는 MSD보다 앞서서 항TIGIT 제제인 '티라골루맙'과 자사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의 병용 요법을 시험하는 임상을 진행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TIGIT를 타깃하는 약들이 개발 중에 있고 조금씩 면역항암제 효과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온다"며 "전망이 좋긴 하지만 최종 임상 결과는 아직 안 나와서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