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간호사가 점 뺄까…"미용의료 개방해야 필수의료 산다"

한국도 간호사가 점 뺄까…"미용의료 개방해야 필수의료 산다"

구단비 기자
2024.10.15 16:30

[MT리포트]너도나도 미용의사④

[편집자주] 피부과, 성형외과 등 미용을 주로 취급하는 인기학과의 의사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미용의료는 비급여 항목이 많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얻을 수 있어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부추기고 의료를 왜곡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미용으로 쏠리는 실태를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규모/그래픽=이지혜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규모/그래픽=이지혜

의료인력의 미용시장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서 필수의료 인력을 늘리기 위해선 미용 시장 일부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간호사가 필러, 보톡스 등이 가능한 해외처럼 일부 미용 시술은 다른 의료직군에게 허용하자는 것이다.

15일 시장 조사기관 데이터브릿지 마켓리서치와 의료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3억8000만달러(약 3조2348억원)를 기록했다. 보톡스, 성형 수술 등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은 높은 수요와 공급으로 빠르게 성장해 2031년에는 약 81억8000만달러(약 11조1182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의사 인력이 미용의료 시장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사가 많다면 미용 시술도 의사에게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의사 인력은 제한적이지않냐"고 말했다.

이어 "일부 시술은 외국처럼 일정 부분 교육이 되면 안전장치 등을 마련해 다른 직역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의사가 하지 않으면서 의사가 하는 것처럼 꾸미는, 음성적인 부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다른 의료직군이 미용의료를 수행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의사 관리하에 간호사의 제모 등 레이저 시술이 가능하다. 캐나다는 공인간호사나 공인실무간호사가 보톡스, 필러 등을 시술할 수 있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 주는 간호사의 일부 미용의료 수행을 허용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익명을 요구한 의사 A씨도 "점을 빼는 등 가벼운 피부 미용은 학원 코스를 만들거나 자격증은 신설해 관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의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인데 치료가 아닌 시술에 쓰인다면 경제적으로도 낭비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는 건 시술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도 미용의료 시장을 개방하고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해 의사가 전문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가락 사마귀, 티눈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는 이유는 피부과에서 진짜 필요한 진료를 안 하고 시술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도 꼬집었다.

남 국장은 "의사가 부족하고, 늘리려고 해도 못 늘리는 상황에선 타 의료직군에게 미용의료 시장을 일부 개방하는 것도 고육지책이 아닐까"라며 "정부도 미용의료 시장 개방을 위해 현재 환경이나 현황 등을 조사하고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미용 의료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캐나다 등에서 일부 미용 의료 시술에 대해 별도의 자격제도, 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을 참고해 타 직종으로 시술 자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미용시장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항목을 발표하기도 했다. 먼저 미용서비스의 분류, 기준을 마련한다. 의사가 수행하는 '미용의료'와 그렇지 않은 '미용 서비스'간 영역을 명확하게 한다. 예를 들어 비침습적 저위험 기기를 의료기기에서 미용기기로 재분류하는 식이다.

또 해외사례를 참고해 임상경력, 교육, 인증시험 등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의료인에겐 경미한 미용 목적 행위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책연구, 의료계를 포함한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위원회에서 논의 후 확정한다.

다만 여러 의료개혁 실행 요소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미용의료 시장 개편의 논의는 후속검토 건으로 다루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용의료 시장 관련은 연구도 같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을 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미용 시장에 대한 관리 체계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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