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서 HIV 감염 예방약 복용 지원하는 '프렙' 시범사업 실시…내년 전국 확대

정부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이달부터 예방약값 지원에 들어간다. HIV 감염 위험성이 높은 대상자들에게 예방약값의 최대 85%를 지원한다. 이 경우 대상자들은 한 달 기준 월 6만원으로 HI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에이즈로 지출되는 의료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건강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오는 12월27일까지 HI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프렙'(PrEP)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프렙은 노출 전 예방(Pre-Exposure Prophylaxis) 요법의 약자로 HIV 감염 예방을 위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HIV 감염 예방을 위해 먹는 약의 본인 부담금을 지원하는 것인데, 급여 대상자(파트너가 HIV 감염인인 경우)는 본인 부담금의 50%를, 그렇지 않은 비급여 대상자인 경우 약값 본인 부담금의 85%를 지원한다.
HIV 감염 예방을 위한 경구용 약 가격이 비급여인 경우 한 달에 10만~30만원 정도인데, 약 6만원만 있으면 HIV 감염 예방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HIV 항원·항체 검사의 본인 부담금 전액도 지원한다. 질병청이 프렙 지원사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렙 사업 대상자는 HIV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서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 또는 트렌스젠더 여성, 파트너가 감염인인 경우(감염인의 혈중 바이러스가 검출되거나 상태를 모를 때)이거나 주사약물 사용자인 경우 등이다. 유흥업소 종사자 등 고위험 직업군인 경우에도 대상자가 된다.
질병청은 올해 서울과 부산(주소지 기준)에서 프렙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해 에이즈 예방약값을 지원할 계획이다.
질병청에 프렙 지원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예방을 강화함으로써 에이즈 감염으로 발생하는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다. 이미 미국, 대만 등에서는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며 프렙을 활성화해 신규 HIV 감염자 수가 크게 줄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 프렙 도입 10년 만에 프렙이 필요한 인구 중 프렙을 사용한 인구를 나타내는 '프렙 커버리지'를 72%까지 달성했다. 이로 인해 2022년 HIV 신규 감염인은 2012년 대비 67% 감소했다. 대만도 2018년 프렙 도입 이후 지난 7년간 HIV 신규 감염인이 62% 줄었다.

유정희 질병청 에이즈관리과장은 "20~30대에 HIV에 감염되면 80대까지 치료제를 계속 먹어야 하는데 이런 에이즈 관련 의료비용 대비 예방에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프렙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국민 건강권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HIV 감염자는 지난 10년간 매년 1000여명이 발생했다. 국내 HIV 감염자 1인당 평균 의료비용은 연 약 1000만원으로 2018년 생존감염인 1만2991명 기준 연간 1230억원의 의료비 부담이 발생해왔다. 올해 프렙 지원사업 예산은 대상자가 3000여명일 경우로 가정해 7억원으로 책정됐다. 전국으로 사업 대상자를 확대해도 의료비 대비 예방 비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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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생한 HIV 감염증에 대한 치료 비용보다 예방약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어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이 잘 알려져있다"며 "국내에서 2019년부터 프렙 처방이 가능했지만 건강보험 적용 기준과 비용 등 접근성의 한계로 활발히 사용되지 못했는데, 질병청의 프렙 지원사업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고 국내 신규 HIV 감염 건수가 급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프렙은 여러 임상을 통해 입증된 확실한 HIV 예방법 중 하나로 프렙 복용 시 HIV 감염 예방 효과는 99%로 알려졌다"며 "9~14% 정도가 소화기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해온 안전한 약제로 3개월 간격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서 모니터링할 것이 권고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