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단" 포고령에 갈등고조…정부 "예정대로"만 되풀이

"의사 처단" 포고령에 갈등고조…정부 "예정대로"만 되풀이

홍효진 기자
2024.12.04 15:17

尹대통령 "파업 전공의 등 의료진, 미복귀 시 처단"
계엄 해제됐지만…포고령에 의정갈등 수위 고조
정부 "의료개혁은 예정대로 진행" 입장 되풀이
박단 전공의 대표 "대통령, 전공의를 반국가세력·범죄자로 규정"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후 계엄사령부 포고령.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후 계엄사령부 포고령.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사상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선포부터 해제까지 약 6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파업 전공의들을 향해 '처단'이란 공격적 메시지를 보이면서 의료계 반발 수위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료개혁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이번 상황에 대해 뚜렷한 후속 조치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3일) 밤 10시23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령 직후 계엄사령부가 발동한 포고령 1호 5항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 초 시작된 정부 의료개혁으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는 등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든 가운데, '전공의 처단'이란 대통령의 메시지는 의료계 반발과 혼란을 재점화했다. 비상계엄은 이날 오전 4시30분 해제됐다.

실제 포고령 직후 모호한 복귀 대상 적용 범위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부분은 정부 의료개혁에 반발해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난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 기준 수련병원 211곳 전공의 1만3531명 중 출근자는 1171명(8.7%),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2442명 중 207명(8.5%)에 불과하다. 주요 병원에선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서를 지난 6월 수리한 상태로, 사직 전공의 중 절반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혼란을 빚은 건 담당 부처도 마찬가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포고령 직후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고려할 점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사직 처리된 경우 법적으로 전공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경우는 (포고령 대상에) 해당되는 건 아니"라면서도 "내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사상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선포부터 해제까지 약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파업 전공의들을 향해 '처단'이란 공격적 메시지를 보이면서 의료계 반발 수위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료개혁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이번 상황에 대해 뚜렷한 후속조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사상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선포부터 해제까지 약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파업 전공의들을 향해 '처단'이란 공격적 메시지를 보이면서 의료계 반발 수위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료개혁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지만 이번 상황에 대해 뚜렷한 후속조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의 계엄 메시지 안에 의료개혁 내용도 언급된단 점에서 복지부의 미흡한 대응은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계엄령은 물론 계엄사령부가 전공의 등 의료진이 명시된 포고령을 내린 직후인 3일 밤 10시23분 이후부터 4일 오전 9시 긴급간부회의 소집 전까지, 이와 관련 아무런 논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서울·세종청사에 간부들이 일부 흩어져있어 비상계엄 선포 직후엔 대책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이날 오전 9시 첫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장·차관 일정이 연기·취소되고 국회 관련 일정은 미정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3일 밤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며, 4일 새벽 열린 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는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밤중 소동'은 숨을 돌리게 됐지만 정부 의료개혁은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당초 의료개혁은 지난달 출범한 여야의정협의체가 의료계 이탈로 20일 만에 명확한 성과 도출 없이 좌초되면서 사실상 동력이 빠진 상태였다. 의정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진 만큼 국민적 피로감도 상당했다. 복지부는 "여야의정협의체는 최종 중단이 아닌 잠정 중단이며 의료계와 비공식 소통을 이어가겠다"며 예정대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단 입장을 보였지만 계엄 사태 이후 의정갈등 수위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료계가 최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선거전에 돌입한 가운데, 온건파와 강경파 구분 없이 의료개혁 관련 반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윤 대통령은 전공의를 반국가세력·범죄자로 규정했다. '처단'이란 단어는 법적·군사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해 청년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포고령 내 전공의 언급에 대해선 아무 설명 없이 기존 입장만 고수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의료개혁은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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