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패닉에도 의대 입시는 '착착'…의사들 "의대생 뽑으면 여파 11년"

정부 패닉에도 의대 입시는 '착착'…의사들 "의대생 뽑으면 여파 11년"

정심교 기자
2024.12.09 18:20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는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 뒤 계엄사령부가 ‘미복귀 전공의 처단’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지에 이어 대통령 하야, 탄핵 같은 강경한 요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2024.1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는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 뒤 계엄사령부가 ‘미복귀 전공의 처단’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지에 이어 대통령 하야, 탄핵 같은 강경한 요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2024.1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10개월 가까이 이어진 의료대란이 지난 비상계엄 사태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악화 일로를 걷게 됐다. '전공의 처단 포고령'을 내린 계엄 사태 후 전공의들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린 데다,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발을 담았던 병원단체 3곳마저 발을 빼면서 의료대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화테이블은 기약 없이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의대 입시 전형은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어, 내년도 의대증원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이 9일 오후 마감된 가운데, 빅5 병원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선 지난 3일 밤 계엄사령부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며 내린 포고령이 전공의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보건복지부 수련평가위원회는 내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를 3594명 모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대 대형병원의 경우 △서울아산병원 110명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을 뽑는다. 하지만 일선 수련병원들은 이날 점심시간까지도 지원자 수는 한 자릿수에 그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빅5 대학병원 관계자 A 씨는 "그나마 오려고 했던 전공의들도 계엄령 선포 때문에 지원할 마음을 접었다. 전공의로 복귀해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빅5 대학병원 관계자 B 씨는 "(레지던트 1년 차 지원자 수는)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의사집단의 분노를 키운 이른바 '전공의 처단' 포고령은 의개특위의 존속마저 위협하고 있다. 의개특위는 애초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학회 등 의사단체가 참여를 거부해 '반쪽짜리'로 출범했다. 그나마 대한병원협회(병협) 등 병원 관련 3개 단체가 자리를 지켰지만,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적시한 계엄사 포고령이 반발을 불러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12.08.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12.08.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실제로 병협은 지난 5일 "포고령이 사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병원계 3개 단체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의정 대화 창구가 막힌 가운데서도 의대 입시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의대 수시합격자 발표는 6일 중앙대 의대를 시작으로 11일 가톨릭관동대, 12일 건국대·조선대·한림대에 이어 13일까지 나머지 모든 의대가 수시전형 최초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시 원서 접수는 3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대해 9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3058명(기존 정원)이 아닌 7500여 명(4567명+현재 휴학한 예과 1학년생 3000여 명)이 교실로 들어올 경우,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 어떤 학교는 학생 1명당 가용 교실 면적이 '접은 신문지 한 장' 크기뿐'"이라며 "25, 26학년도 중 한 해에는 모집정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과 그의 수하들이 일으킨 의료개악으로 인해 학생들은 11년간의 부실 교육 속에서 의사로 '양산'될 것"이라며 "'부실한 의사 양산'으로 의료계의 근간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의대 신입생을 가르쳐야 하는 의대 교수들은 "의대 수시합격자 발표, 정시 원서 접수를 중지하고 실질적인 정원 감축을 긴급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명도 뽑아선 안 되므로 수시·정시전형 모두 중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성명서에서 "탄핵 시국임에도 어이없는 의대증원 폭탄에 따른 의대 입시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폭탄이 터지면 되돌릴 수 없다"며 "이대로 수수방관하면 한국의학교육과 대학병원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국민 공동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국민 공동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문제는 이들의 외침을 적극적으로 듣고 대화에 나설 정부가 사실상 패닉 상태라는 것. 특히 이번 계엄 사태 때 '전공의 처단' 포고령 작성 단계에서 '패싱' 당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의대증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던 윤석열 대통령은 가까스로 탄핵은 면했지만, 한-한 체제(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협업)하에서 의료대란 이슈가 국정 안정화 이슈에 묻힐 게 뻔하다는 게 의사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도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지금까지는, 누가 문제인지 뻔히 알면서도 하수인에 불과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닥달해왔다"면서도 "'그분'께서 워낙 큰 사고를 치시는 바람에 의대증원은 작은 문제에 불과하게 된 형국"이라고 일갈했다. 10개월 가까이 전국적인 의료공백 사태를 일으킨 의대증원 이슈가, 상대적으로 더 큰 이슈(계엄 관련)에 파묻히는 셈이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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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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