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겠다"고 공언하며 시동 건 '여여의정 협의체'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성탄 선물' 없는 성탄절을 보낸 가운데, 앞으로 남은 5일이 의료계의 운명을 가르게 됐다. 의사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하지 못할 거면 정시모집 인원이라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 마지노선이 30일이다. 이날까지 정시모집 인원이 확정되고, 31일부터 정시전형이 시작돼서다.
26일 의대 수시 추가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거나 미달한 인원을 정시모집 인원으로 넘길지 말지가 내년도 의대정원 규모를 좌우하는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수시 모집 미달 인원이 정시로 이월돼왔는데, 예정대로 31일 정시 모집이 시작되면 내년 의대 신입생은 수시·정시 전형을 합쳐 1509명 증원된 4567명으로 확정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의대 합격자 10명 중 7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이는 의대 증원에 대한 여파로 의대 여러 곳에 중복으로 합격한 수험생이 늘면서 등록 포기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건 올해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생의 40%가량은 휴학계가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는 것. 교육부가 지난달 21일까지 파악한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 40곳의 재적생 1만9410명 중 1만1584명(59.7%)의 휴학은 승인됐지만, 나머지 40.3%(7826명)는 소속 대학 또는 의대에서 휴학 처리를 하지 않았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학생들의 제적 시한은 지난달 초에 이미 지났다. 다만 교육부 한 간부는 "올해 마련한 '탄력적 학사 운영'으로 대학이 원하면 휴학 처리, 등록 기한도 최대 내년 2월까지 늦출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의사와 정부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12.24. ks@newsis.com /사진=김근수](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4/12/2024122614511896602_2.jpg)
만약 휴학을 승인하지 않은 대학의 경우 이대로 모두 다 제적 처리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가 발생하는 진퇴양난이 예고된다.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신규 의사는 매년 3000명가량이었는데, 7826명이 제적 처리된다면 신규 의사 인력의 2.6배에 달하는 '미래 의사들'이 순식간에 사라져서다. 만약 이들을 모두 휴학 처리할 경우, 이들이 내년에 모두 복학한다고 가정하면 3000여명이 공부하는 교실에 7500여명(복학생 3000여명+신입생 4567명)이 부대끼며 공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의사들은 '정시 이월 중지'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의대증원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된 혼란한 정국에서 정책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장기화한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의료 정상화'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의대 증원책 주요 책임자인 교육부·보건복지부가 거부하면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자리마저 마련되지 않았다.
앞서 의료계에선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제한, 예비 합격자 규모 축소 등 내년도 의대 정시모집 인원 조정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대규모 소송전 우려 등을 이유로 의대 정원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교육부 정례브리핑에서 구연희 대변인은 "(정시 이월 방법 등을 비롯한) 전체적 내용이 법령에 따라 진행된 사항"이라며 "법령상 예외적 규정이 '천재지변'인데 그게 아니면 법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공표된 사항에 대해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수시 미등록 충원 인원을 선발하지 않는 건 대학의 재량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입시요강을) 공표하면 그에 따라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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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일각에선 현실성 없는 '2025학년 의대 증원 백지화'나 '정시 이월 중지'에 매달리기보다는 내년 의대증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되 지금보다 나빠질 교육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지, 2026년도 의대 신입생은 몇 명을 뽑아야 할지를 논의하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빨라야 내년 3월에 나온다고 할 때, 탄핵 인용 시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내년 5월이나 6월은 돼야 새 정부 윤곽이 드러날 예정인데, 정부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올해 5월30일 발표했었다. 이 일정대로라면 내년에도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이 2026년도 대입전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의사 출신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금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만약 증원이 계획대로 됐을 때의 플랜 B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대비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2026년 정원에 대해 5월 지나면 못 한다는 핑계를 똑같이 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