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바이오 대표 모두 화학 출신…석유화학, 바이오서 활로 찾자"

"삼성·롯데바이오 대표 모두 화학 출신…석유화학, 바이오서 활로 찾자"

박정렬 기자
2025.09.08 07:30

[인터뷰]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
유럽 바이엘·바스프 등 화학→바이오 재편 전환
위기의 韓 석화기업, 바이오 재편 고려를
정부가 조세감면 등 정책·제도로 뒷받침해줘야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구조조정에 직면한 석유화학(석화) 분야의 '바이오 대전환'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을 역임한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은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인천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사업재편을 요구받는 석유화학 기업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당일 본지와의 후속 인터뷰에서 "바이오헬스 공정은 석유화학 공정의 '미니어처'라 할 만큼 매우 유사하다"며 "긴 호흡을 갖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산업적 특성도 공통점"이라 강조했다.

이어 "공급망 재편에 따라 설비감축과 구조조정을 요구받는 석화기업은 여수, 울산, 서산 등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기도 하다"며 "단순한 축소가 아닌 '석유에서 바이오로, 화학에서 생명과학으로'의 흐름을 안정적이면서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석유화학 기업이 바이오로 업종을 전환해 성공한 사례는 이미 많다. 네덜란드 국영 탄광회사였던 디에스엠퍼메니쉬(DSM-Firmenich)는 화학 사업을 거쳐 현재는 바이오·영양··향료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됐다.

1863년 화학 염료회사로 출발한 독일의 바이엘(Bayer) 역시 2014년 순수생명과학 회사로 전환을 발표하고 몬산토 인수 등을 통해 의약, 건강, 농업의 삼각 축으로 사업을 완전 재편했다. 세계 최대 화학회사로 꼽히는 바스프(BASF)도 바이오의약품, 주사제와 같은 바이오 의약 소재(Pharma Solutions)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 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스위스의 론자(Lonza)도 화학 제조업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위탁개발생산기관(CDMO)으로 성장했다"며 "나 역시 화학회사(삼성종합화학) 출신이라 바이오 업계에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삼성, 롯데, SK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 대표 역시 '화학 출신'이 많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1,710,000원 ▼9,000 -0.52%)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제임스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SK케미칼(63,000원 ▼1,000 -1.56%)에서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49,250원 ▼1,450 -2.86%)의 안재용 대표도 화학 회사에 오랜 시간 몸담았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산업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고속 프리필드시린지 이물 검사기 등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산업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고속 프리필드시린지 이물 검사기 등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윤호열 원장은 LG(95,700원 ▼500 -0.52%), GS(71,000원 ▲800 +1.14%) 등 석화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바이오헬스 사업 진출은 이 분야의 고질적 문제인 자금·인력을 수혈할 획기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 봤다. 특히 제조에서 허가에 이르기까지 석유화학 대기업의 풍부한 글로벌 사업 경험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석화 대기업 또한 고용 유지를 통해 주력산업의 명맥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이라고 분석했다.

윤호열 원장은 "석화기업이 바이오헬스를 출구 전략으로 선택하도록 정부가 위험부담을 낮추는 등 제도·정책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공장 신설만이 아니라 M&A 시에도 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계열사 확장도 '모범적 자본'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남의 경우 석화, 철강 분야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57%로 절반이 넘는다"며 "지역 경제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걱정했다. 이어 "생산·설계·화학·기계 기술 역량을 바이오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공정 자동화, 바이오소재 개발로 자연스럽게 이어가야 한다"며 "전통 석화산업의 위축과 축소를 친환경 첨단산업의 육성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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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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