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2025.02.25. ks@newsis.com /사진=김근수](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0/2025102715114480316_3.jpg)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취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작 응급실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지방에서 응급실을 겨우 운영해온 의료기관에서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26일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료 핫라인(전용회선)'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핫라인을 상시 운영 담당 부서를 지정하거나 담당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또 응급실의 실시간 환자 수용 능력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통보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응급실 뺑뺑이를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28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이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100% 확신한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핫라인 설치, 응급실 현황을 실시간 전송하는 시스템이 응급실 뺑뺑이 해법이 아니라는 걸) 계속 주장해왔는데도 정부가 계속하고 싶어 하고 밀어붙이기식"이라며 비판했다.

이형민 회장은 "우리 병원에서조차 같은 건물 1층의 응급실에서 2층의 중환자실로 환자를 보낼 때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실시간 수용 현황 정보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전화를 일일이 걸어 확인한다"며 "같은 병원에서조차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하지 않는데, (구급대원이) 그 정보를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실시간 파악하는 게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실 인력 누군가는 응급실 현황(병상 정보, 가용인력, 진료 여부 등)을 실시간 업데이트해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전송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력난에 시달리는 응급실에서는 실시간 정확한 정보를 보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응급실에서 해당 정보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실시간 보낸다고 해도 구급대원이 이를 보지도 않는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이유"라고 했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에 20개 병상 중 2개 병상이 비어있을 경우 실시간 정보엔 '2개 병상에 여유가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수술을 앞둔 중증 응급환자가 수술 직후 이동할 병상이었다면 구급대원이 요청해도 환자를 이송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형민 회장은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를 '0'으로 만들겠다고 정한다면 해법은 있다"고 했다. 중증의 응급 환자가 몇 명이 오더라도 24시간 수술하고 입원시켜 최종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전국에 딱 한 곳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병원만 있다면 구급대원은 응급환자를 환자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고, 그 병원에선 환자를 24시간 수술·입원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기만 하면 된다"며 "응급환자를 24시간 다 받아줄 병원을 나라가 만들 의지도, 돈도 없으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겠다고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만 밀어붙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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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번 개정안이 지방의 열악한 병원 응급실이 문 닫게 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강형구 교수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에서 실시간 응급실 현황 정보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보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지방의 작은 병원이 운영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선 야간 행정인력조차 부족한 판인데 실시간 전송 시스템과 인력·부서를 어떻게 구축·운영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간 응급실을 근근이 운영해온 중소병원은 이 법안대로 운영하기 어려운데 자칫 강행했다가 페널티 받을 게 두려워 응급실을 차라리 운영하지 않고 문 닫으려 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방 응급실 폐쇄가 속출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필수의료의 판이 바뀌지 않는 이상' 법 개정만으로 응급의료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의료사고 후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강화한 데다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정갈등 이후 절반 넘게 줄고, 전공의 수련 시간도 줄면서다. 강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의 수련 시간이 주 40~60시간으로 줄어든 데다, 전공의들이 많으면 주3일 출근한다"며 "전공의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가 많아지면서 전문의가 남은 일을 처리한다"고 푸념했다.
이어 "필수의료 의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일이 많아지면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상당수는 '중증' 응급환자를 기피하고 간단한 처치만으로 끝나는 '경증' 응급환자만 진료하려 한다"며 "필수의료 의사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