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어렵게 시행된 '수술실 CCTV' 법, 실효성 높여야

[우보세]어렵게 시행된 '수술실 CCTV' 법, 실효성 높여야

박미주 기자
2025.11.03 05:00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및 촬영 현황/그래픽=김지영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및 촬영 현황/그래픽=김지영

"아, 예상보다 숫자가 너무 적네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에게 수술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의 실제 촬영 건수를 건네자 들은 말이다. 본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현황 조사' 자료를 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된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기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가 있는 전체 의료기관 중 1개(자료 미제출)를 제외한 2681개 기관에서 실제 촬영된 수술 건수는 12만3373건이다. 이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한 전체 수술 건수 310만413건 대비 약 4%에 불과하다.

수술실 내 CCTV의 실제 촬영 건수 통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애당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내 CCTV의 실제 촬영이 얼마나 이뤄지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의원의 요청이 있자 전국 지자체를 통해 의료기관 자료를 받아 조사하게 된 것이었다. 이후 확인된 사실은 예상보다 적은 환자들의 CCTV 활용 건수였다.

안 대표는 "법을 도입할 때 전체 수술 건수 대비 20~30% 정도의 수술이 촬영될 것으로 판단했는데 실제로 촬영된 비율이 4%면 너무 낮은 것"이라며 "'신청주의'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제도 도입 시 수술실 CCTV 촬영을 기본적으로 하고 촬영이 안 될 때 환자로부터 동의서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법이 축소됐다"고 꼬집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의사단체의 격렬한 반대 때문이었다. 2014년 말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환자가 누워 있는데도 의료진이 생일파티를 하고 장난치는 사진들이 인터넷에서 퍼지면서 공분을 산 바 있다. 이후 19대 국회 시절인 2015년 1월 처음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의사들의 반대로 폐기되고 말았다. 20대 국회에서도 2016년 발생한 대학생 권대희씨 사망 사건 이후 법안이 재발의됐지만 또다시 폐기됐다. 이후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재발의됐고 2021년 8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로 2년간 시행이 유예됐고, 첫 발의 이후 8년 8개월 만인 2023년 9월이 돼서야 법이 실제로 시행됐다.

힘들게 시행됐지만 여전히 이 법은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촬영을 하려면 환자나 보호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촬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료기관이 고지하지 않고 있다. 또 수술 장면을 촬영하더라도 환자가 촬영 내용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해야 확인이 가능해서다. 촬영 영상 의무 보관 기간도 30일로 짧다. 정부의 관리감독도 허술하다.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않는다. 어렵게 시행된 법인 만큼 실효성을 높여 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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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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