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가수 현아가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팬들의 걱정을 산 가운데, 그가 쓰러진 이유로 지목한 '미주신경성 실신'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커졌다.
현아는 지난 9일 마카오 아웃도어 퍼포먼스 베뉴에서 열린 '워터밤 2025 마카오' 무대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인 '버블팝' 무대를 선보이던 중 갑자기 실신했다.
앞서 현아는 쓰러지기 5일 전인 지난 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체중) 50(㎏) 끝에서 앞자리 바꾸기까지 참 힘들다. 아직 멀었구나"라고 언급하며 49㎏이 찍힌 자신의 몸무게 측정 인증샷을 올렸다. 지난달 3일 다이어트 돌입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10㎏가량을 뺀 셈이다. 현아는 과거 한 방송에서 "혹독한 다이어트와 저체중으로 인한 '미주신경성 실신' 증세를 겪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11일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신지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혹독한 다이어트가 미주신경성 실신 유발 위험을 높인 일부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극도의 스트레스, 긴장, 심리적 충격 등으로 인해 사람의 자율신경계 조절 균형이 깨지면서 맥박·혈압이 동시에 떨어지고, 이에 따라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면서 의식을 잃는 현상이다. 신지혜 교수는 "현아처럼 단기간 혹독하게 다이어트했거나, 밥을 잘 못 먹는 상황에서 식사량이 줄어들면 몸속 수분과 체액이 부족해져 자율신경계의 조절 균형이 깨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체중이 줄어든 게 원인이 아니라, 무리한 체중 감소로 인한 수분·체액 부족이 미주신경성 실신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미주신경은 우리 몸에서 맥박·혈압 조절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서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한쪽이 항진되면 다른 한쪽이 억제되면서 균형 맞추는데, 이 균형을 미주신경이 맞춘다. 미주신경은 여러 장기를 컨트롤하는 신경으로, 경동맥·척추 신경절을 따라 몸 전체적으로 분포한다. 미주신경이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해 혈압·맥박이 같이 떨어지면 머리로 가야 할 피가 일시적으로 가지 않으면서 10~30초간 의식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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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주신경성 실신은 대부분 '서 있는 자세'에서 나타난다. 신지혜 교수는 "서 있으면 중력 때문에 피가 다리로 몰린다. 보통은 자율신경이 작용해 다리의 피를 위쪽(심장·머리 등)으로 보내주는 반사작용을 하는데, 자율신경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추면 다리에 몰린 피가 심장으로 제대로 도달하지 못해 심장에 피가 부족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피가 부족한 상태에서 심장이 수축하면 부교감신경이 흥분하고, 교감신경이 억제된다. 부교감신경이 흥분하면 혈관이 이완하면서 더 확장한다. 이로 인해 혈압은 더 떨어지고, 심장은 천천히 뛴다(서맥). 신 교수는 "혈압이 낮아지고 심장이 느리게 뛰어 피가 머리로 도달하지 못해 뇌 혈류가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넘어져 머리를 다치거나 크고 작은 외상을 당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경고했다.

미주신경성 실신 후 길어도 30초 이내 혈류가 다시 공급되면서 의식은 빠르게 돌아온다. 신 교수는 "하지만 실신으로 인한 2차 손상(안면 열상, 안면 골절, 뇌출혈 등)을 막으려면 전조증상이 있을 때 빨리 쭈그려 앉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 병의 전조증상을 알아두면 좋은 이유다. △식은땀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갑자기 어지럽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이 대표적이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권창희 교수는 "시야가 갑자기 흐려진다는 건 뇌로 피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상황을 알리는 신호"라며 "이런 증상을 느꼈다면 즉시 바닥에 눕거나 앉아서 머리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와 달리 두근거림과 함께 손발에 힘이 빠지는 경우도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즉시 바닥에 앉거나 눕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린 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보호자·주변인은 쓰러진 사람이 심하게 다치지 않도록 자세를 바꿔주고, 환기가 원활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게 도와야 한다.
쓰러졌다가 의식이 돌아왔다고 해서 안심하는 건 금물이다. 신 교수는 "의식을 잠깐 잃었다고 모두 다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실신인지 경련인지부터 감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신은 일시적 혈류 저하로 인한 의식 소실이지만, 경련은 머리에서 전기적 신호 일어나면서 의식을 잃는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을 방문해 검사·진단받아야 한다. 진단을 위해 혈압, 심전도, 기립 경사 테이블 검사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신 교수는 "현아는 무대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과로, 긴장 등으로 자율신경이 일시적으로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런데다 서서 춤을 추는 동작으로 다리에 몰린 피가 머리로 공급되지 않아 실신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반인도 사람 많은 지하철 같은 공간에서 오래 서 있다가 쓰러지는 경우도 적잖다.
스쿼트 같은 근력운동으로 다리 근력을 키우고, 까치발 서는 동작을 반복하면 다리근육이 피를 짜 상체로 올려보내는 '펌프질'을 도울 수 있다. 이런 실신을 한 달에 3번 이상 자주 하면 약물치료가 권장된다. 굶어서 빼는 다이어트는 자율신경 기능을 떨어뜨리고, 공복시간이 길어지거나 식사량이 부족하면 체액량이 부족해지면서 자율신경계 기능을 떨어뜨리고 미주신경성 실신을 일으킬 위험을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
고혈압이 없는 경우 소금·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너무 타이트한 복장은 피해야 한다. 긴장이 심할 땐 복식 호흡, 명상 등 이완 동작이 도움 된다. 다리에 힘을 주고, 양손을 손바닥이 맞닿게 꽉 잡는 간단한 동작도 효과적이다.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생 1차례 이상의 실신을 경험하는 경우가 40%에 달하며, 실신을 경험한 3명 가운데 1명은 재발한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나재윤 교수는 "대표적인 실신인 미주신경성 실신은 잠깐이고 대개 자발적으로 회복되긴 하지만, 상황과 사람에 따라 혈압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까지 어지럼이나 구역·구토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순한 실신인지, 아니면 부정맥 같은 심장병, 뇌혈관질환이 원인인지 감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