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할 의사를 선발하겠다는 '지역의사법안'이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정부와 국민 대다수는 이 법안이 제정·시행되면 지역의료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의사들은 '황무지에 씨앗을 뿌리는 격'이라며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단 입장이어서 법제화 과정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지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아 학비 등을 지원하고 의사 면허 취득 후에는 정해진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거쳐 면허를 정지하고 면허정지가 3회 이상 누적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또 전문의가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형 지역의사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 법안이 국회 법제심사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2개월 후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7학년도 의대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일단 '민심'을 살펴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지역의사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2년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2022 보건현안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0.7%가 찬성 의견을 표시했다. 반대는 16.8%로 집계됐다.

반면 '지역의료 인프라부터 살리는 게 먼저여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는 정주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도 "황무지(열악한 지방의료 인프라)를 개간한 후 씨앗(예비 의사)을 뿌려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은 수련 과정에서 선배인 지도전문의의 지식과 기술을 물려받는데, 최근 지역의 지도전문의 이탈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의사들을 선발해도 이들을 가르칠 의료기관과 지도전문의가 없다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역의 지도전문의를 확충하고 핵심 수련병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직 일구지도 않은 황무지에 씨앗을 흩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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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제가 의대생·의사의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헌법 내용에 위배 되고, 이를 통해 뽑힌 의료 인력이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거나, 의무복무를 마친 후 이탈하는 문제 등도 제기된다. 실제 지역의사제를 먼저 도입한 일본에선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탈하거나, 의무복무를 마친 후 대부분 대도시로 떠난 경우가 적잖았다.
이에 의료계 한 인사는 "의무복무 제도로 인한 직업 선택 자유 침해 등 위헌 문제, 공공의대 교육의 질 유지 등 교육 문제, 배출된 의사 배치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지역 정주 여건 개선 방안, 지역의료 전달체계 개선, 지역환자 이송 체계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으나 무산됐었다. 또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에도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법안 통과 뒤 "지역의사제 근거 마련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지역의사들이 각 지역의료의 핵심 주춧돌이 되도록 정부가 전폭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회에서 지역의사제 선발 비율 등 구체적인 내용을 함께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추계위가 수개월간 의료 수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남·경북·강원은 고령층 비율과 입원 진료 비중이 높아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계위 관계자는 "전남·경북·강원은 고령층이 많은 지역이라 지금은 의료수요가 크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령층 인구가 줄면서 증가 속도가 자연스럽게 둔화할 수 있다"며 "반대로 서울·경기는 젊은 층과 고령층이 함께 많아 전체 진료량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재 수요가 큰 지역'과 '앞으로 수요가 커지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