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가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비만약의 급성장에 업계 기록을 쉴 새 없이 갈아치우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25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지난 21일(현지 시간) 시총 1조 달러(약 1476조원)를 넘어섰다. 당시 종가는 1.57% 오른 1059.70달러로, 24일(현지시각) 역시 1070.16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시총 1조 달러' 자리를 다졌다. 미국 기업 중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모두 10개로 1위~8위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브로드컴, 메타, 테슬라 등 기술 기업이다. 9위 버크셔 해서웨이와 10위 일라이 릴리만이 비(非) 기술기업이다.
릴리의 성장세는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로 승인된 '젭바운드'가 주도하고 있다. 두 제품은 미국 내 신규 환자 시장에서 70~75%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GLP-1 계열 약물 이용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의 자리도 일라이 릴리가 차지했다. 지난달 말에 발표된 일라이 릴리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3분기 글로벌 매출은 총 100억9000만 달러(약 14조8500억원)를 기록해 미국 머크(MSD)사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넘어섰다.
향후 GLP-1 계열의 '먹는 비만약'인 '오포글리프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경우, 릴리는 세계 최초의 경구형 비만 치료제 개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 의학 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는 젭바운드·마운자로·오포글리프론 등 릴리의 GLP-1 계열 의약품이 향후 전 세계에서 최대 1010억 달러(약 148조 68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한국바이오협회는 "향후 매출 증가는 단순히 많이 팔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만이 아니다"며 "GLP-1 시장이 가격보다 물량에 의해 주도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점, 오포글리프론의 낮은 제조 비용 등이 그 배경"이라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달 젭바운드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가격을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릴리의 환자층 확대와 매출 증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루이스트 증권은 릴리의 GLP-1 약물이 월 약 200달러(약 29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연 매출 1000억 달러(약 147조 1100억원)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