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검찰청에 전 정권 의료개혁 책임자 고발장 제출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보건복지부 조규홍 전 장관·박민수 전 차관 등 5명
의협 "증원 본인이 결정했단 조 전 장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감사원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정책 추진 과정에서 타당성과 형평성이 저해됐다고 판단한 감사 결과를 공개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2일 대검찰청에 전 정권 의료 개혁 책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대상은 5명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조규홍 전 장관 및 박민수 전 2차관,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오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전 대통령 및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위반' 등을 이유로 형사고발 한다"며 "위법한 의료정책 추진과 참담한 실패에 대해 수사기관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의대 증원 규모 논의 초기인 2023년 6월 조 전 복지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 2025~2030년 500명 증원안을 보고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같은 해 10월엔 2025~2027년 1000명, 2028년 2000명 증원안이 보고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고, 이에 조 전 장관은 그해 12월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전달했는데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안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조 전 장관은 대통령·대통령비서실이 단계적 증원안에 대해 반대 입장이고 2000명 일괄 증원안 관련 대통령비서실과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 이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상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선 대학별 배정 기준을 비일관적으로 적용해 타당성과 형평성이 저해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국회 청문회 당시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본인이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된 것이다.

김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법적 절차와 정당성을 무시한 채 강행됐음을 다시 한번 규탄한다"며 "의료현장 붕괴로 2년째 국민과 환자의 불편이 계속되고 젊은 의료인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책임자 문책을 외면하고 아무도 이러한 사태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형사고발과는 별개로 민사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소송대리인을 모아야 하는 과정이 있고 그 과정에서 손해배상액을 결정해야 한다"며 "현재 (의협)법제팀과 관련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최근 의협 정례브리핑 당시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수억원대 이상의 손해배상액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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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법무법인텍스트 파트너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적 (의대 증원)정책 결정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 확인이나 의사결정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과거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국정 의사결정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은 바 있다. 그 상황과 비교하면 이 사건이 더 중하다고 보고 있으며 사법적 판단에서도 문제가 있단 판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0명(전 정부가 제시한 의대 증원 규모인)이란 숫자는 조작됐으며 전 정권은 국민을 기만했다"며 "의료현장 붕괴에 책임 있는 전 대통령 및 관계자들이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국민과 의료계 앞에 사죄하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