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먹는데, 망가진 간"...증상도 없어 '암 위험' 더 키운다

"술 안 먹는데, 망가진 간"...증상도 없어 '암 위험' 더 키운다

홍효진 기자
2026.01.29 15:47

[의료in리포트]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비만 등 대사상태 문제로 발생
중년층, 스트레스 및 잦은 회식으로 지방간 쉽게 생겨
간암으로도 진행 우려…체중감량·정기검사 필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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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30대 중반의 프리랜서 윤은주(가명)씨는 최근 병원에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단을 받았다. 술은 즐기지 않지만 기름지고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달고 살던 윤씨는 20대 후반부터 비만과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아왔다. 윤씨는 "병원에선 우선 체중 감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며 "평소 생활 습관은 음주와 거리가 먼데 비만과 간 건강이 이렇게까지 관련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다. 섭취한 영양소를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하고 독성물질 해독과 면역, 혈액 응고 기능도 담당한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간에 이상이 생기면 별다른 증상이 없는 '침묵의 장기'이기도 하다. 최근엔 윤씨 사례처럼 비만 등 대사 질환 발생이 늘면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이 간암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간은 간암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이름처럼 간에 지방이 많이 쌓이는 병이다. 보통 간 무게의 5% 이상의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 진단을 받는다. MASLD는 음주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지방간 질환으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 상태에 문제가 생기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으로 불렸지만 2023년부터 국제적으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란 명칭을 사용 중이다.

MASLD를 비롯한 지방간 자체는 무증상에 가깝다. 일부 환자는 오른쪽 상복부의 불편감이나 무기력감, 식욕부진 등을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된다. 이에 건강검진이나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 판정을 받아 질환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2024년 국내 MASLD 환자는 매년 약 40만명으로 조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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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질환을 방치할 경우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문형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예방 접종과 항바이러스제 확산으로 바이러스 간염은 감소했지만 MASLD가 큰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중년층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 잦은 회식 등으로 지방간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염증과 섬유화를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암으로 진행돼도 역시나 초기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진행되면 복부 팽만, 체중 감소, 황달, 복수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이 시기엔 치료 선택지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보니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으로 꼽힌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일반인과 비교해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은 40.4%로 전체 암 평균(73.7%)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중요한 건 생활 습관 개선과 조기 진단이다. MASLD 진단을 받았다면 걷기·조깅 등 유산소 운동을 최소 하루 30분 이상, 주 2회 실천하고 식이 조절을 함께해 체중을 감량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어 현재 체중의 약 10%를 3~6개월 안에 천천히 줄이는 게 좋다. 이문형 교수는 "간은 '조용히 일하는 공장'과 같아서 평소 꾸준히 관리하면 평생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언제든 큰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며 "규칙적인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 관리가 간암 예방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상당 부분 손상이 진행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질환)발견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간암은 대부분 기존 간질환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만큼 관련 진단을 받았다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추적검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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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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