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권역응급의료센터(이하 권역센터) 지정 시 소아청소년 전담전문의·간호사 확보 조항을 삭제했다. 지금도 청소년 응급실 미수용(뺑뺑이) 문제가 심각한데 '최상위 응급실'인 권역센터에서조차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가 27일 입법예고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따르면 권역센터 지정 기준에 △소아응급환자 전담전문의 1명 △소아응급환자 전담 간호사 1명 이상 확보 조항이 삭제됐다. 응급실 전담 의사는 외래·병동에서 일하지 않고 응급실 환자만 보는 의사다. 즉, 응급실에 소아청소년만 보는 의료진이 없더라도 권역센터로 지정될 수 있게 인력 조건이 완화된 것이다.
소아청소년은 성인과 신체·생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져 진단·치료 과정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성인 응급실과 별개로 소아 응급실(소아전문응급센터)이 운영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소아 응급실은 그리 많지 않고, 성인 응급실은 법적 리스크와 전문성 부재 등을 이유로 외면하다 보니 어린아이나 청소년은 치료받기 위해 표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최근 대중에게 알려진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의식을 잃은 10세 여아, 경련을 일으킨 후 구급차에서 사망한 고등학생 등 상당수가 소아청소년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성인은 웬만한 병원이면 꼭 권역센터가 아니라도 중증·응급환자의 급성기 치료와 배후 진료가 가능하나 소아청소년은 그렇지 않다"며 "응급실 뺑뺑이가 이 연령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복지부는 권역센터의 인력 기준을 없애는 대신 진료 기능을 강화해 소아청소년 환자 수용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권역센터 지정기준에 기관내삽관, 제세동, 기계적 인공호흡 등 응급실 진료나 중독, 뇌·복부 응급수술, 위내시경과 같은 배후진료(의료기관 진료)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는데, 이 중 응급실 진료 대상이 성인과 '소아'로 설정됐다.
하지만 응급 의사 상주 조항은 없애면서 응급 진료는 강화하겠다는 건 모순됐다는 지적이 인다. 여기에 권역센터조차 인력난에 소아청소년 전문의 채용을 포기하고, 이것을 복지부가 용인하는 것은 국민에게 또 다른 혼란과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아이가 아프면 다급한 보호자들은 '큰 병원'부터 찾는다"며 "소아전문응급센터의 역할을 부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권역센터라면 소아청소년 진료도 소외되지 않고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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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권역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진료(소아)가 가능한 진료과목과 전속 전문의를 둬야 한다"면서 "평가 기준에도 소아청소년 응급실 진료 부분을 반영할 계획"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