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안 하면 우리가" 집회 추진하는 전공의들…깊어진 '세대갈등'

"선배들이 안 하면 우리가" 집회 추진하는 전공의들…깊어진 '세대갈등'

홍효진 기자
2026.03.08 16:28

전공의들 장외집회 논의…독자노선 강화
의협 vs 대전협 '세대 갈등' 심화
"의협 운영구조, 젊은 의사들 중심으로 재편해야"

지난해 4월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가한 의대생과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4월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가한 의대생과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정 사태 중심에 섰던 전공의들이 대정부 장외 집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의사들이 독립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은 내부적으로 장외 집회 가능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협 관계자는 "(집회 등 관련)가능성을 열어놓고 주요 내용을 노조와 대화하고 있다"며 "구체적 실행 계획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4~6일 설문 조사를 통해 의료 현안 대응 관련 의견을 취합했다. 의대협은 의대 정원 증원, 지역의사제,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국군의무사관학교 신설의 세 가지 정책에 대해 "인력 수급 추계의 타당성, 의료교육 환경, 의료체계 구조 문제 등 여러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며 △적극적 집단행동 중심 △정책 협의와 대정부 협상 중심 △공론화 및 여론 형성 중심 등의 여러 대응 방식을 언급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지난 4~6일 진행한 내부 설문 조사 내용 중 일부. /사진=독자 제공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지난 4~6일 진행한 내부 설문 조사 내용 중 일부. /사진=독자 제공

이 같은 독자적 움직임엔 의사들 간 세대 갈등이 심화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력 수급 추계 모델 선정부터 의대 증원 결정까지 참여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단 게 젊은 의사들의 시각이다. 최근 의협 비대위 설치 안건이 부결되며 김택우 회장 집행부를 중심으로 힘이 실렸지만, 전공의들의 지지 없이는 실질적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단 우려도 이어진다.

이에 의협 내부에서도 청년 의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의협 운영 구조를 재편해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개원의' 중심 조직인 의협이 '피교육·피고용자' 신분인 전공의·의대생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김재연 의협 법제이사는 '비대위 부결 이후 의료계 내부 현안과 대책안'이란 제목의 제안문에서 "젊은 의사들은 의협을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성세대 중심 이익집단'으로 규정한다"며 "대의원석 중 상당수를 청년 의사(전공의 및 40세 이하 전문의) 할당제로 전환하고, 대전협과 교수협의회가 실질적 거부권을 갖는 '범의료계 연대회의'를 상설화하는 등 (집행부의)독단적 결정을 막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선배 중심' 의사결정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거센 만큼 갈등 봉합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의정 사태 당시 선배들이 전공의·의대생을 최전선에 세우면서도 책임 있는 역할은 하지 못했단 불신이 크다"며 "미래 의료 환경 중심의 정부 정책에 대해선 현재 수련 중인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중요함에도 의협 내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세대 분열에 따른 정책 협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립 구도가 길어지면 대표성이 분산돼 의료계의 단일한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수가 개선·수련환경 등 인프라 측면의 주요 정책 논의에서 영향력이 약화되고, 결국 정부 주도의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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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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