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
헌혈·수혈 모두 관리…4대 과제 추진

저출산·고령화로 혈액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가 헌혈은 독려하고 수혈은 관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한다. 헌혈자 연령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병·의원의 수혈 적정성 평가를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서울 강서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에서 혈액관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헌혈자 비율(헌혈률)은 5%대 중반으로 일본(4%)이나 프랑스(3.9%)에 비해 높다. 하지만 10~20대 비중이 55%에 달할 정도로 편중돼 있어 저출산·고령화로 장기 수급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질병 등으로 수혈이 필요한 50대 이상은 증가 추세다. 수혈자 수는 2024년 기준 57만명, 수혈 건수는 370만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헌혈자와 수혈자가 모두 안심하는 혈액관리'라는 비전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헌혈은 늘리고, 수혈은 줄이는 방향으로 △헌혈 참여 기반 조성 △혈액제제 안전성 강화 △의료기관 수혈관리 △국가 혈액관리 체계 강화 등 4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혈액 공급 안정화를 위해 헌혈 기준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간염과 간 기능을 확인하는 ALT(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와 말라리아 검사를 각각 폐지·재검토하고, 헌혈자 나이를 현행 60세(혈소판성분체혈)·70세(전혈·혈장성분체혈)에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헌혈자 연령은 시행규칙을 변경해야 하는 사안으로, 올해 안으로 기준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게 복지부의 목표다.
헌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헌혈의집(헌혈카페)이 없는 지역은 정기적으로 헌혈 버스를 운영한다. 인구 밀집 지역은 운영 시간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헌혈하면 받는 헌혈증서는 쓰지 않으면 헌혈환급적립금으로 쌓이는데, 실손보험 효과에 600억원가량 쌓인 적립금을 기념품 구매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김희선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간염은 HBV·HCV 핵산증폭검사처럼 정확한 검사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ALT는 피로나 음주 정도만 측정해 문진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며 "ALT 부적격으로 폐기된 혈액이 최근 5년간 폐기 혈액 약 51만 유닛 중 33%(17만 유닛)나 되는데, 질병 검사의 유용성이 줄어든 만큼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데 전문가들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 말라리아는 지역 기준, 금지 기간을 문진으로 판단하는데 이를 핵산 검사 등으로 대체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헌혈자 연령은 혈색소·맥박 등 건강 영향 평가 등을 고려해 적정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호주, 대만 등은 헌혈 횟수, 의사 판단 등을 참고해 70세 이상도 전혈 채혈이 가능하다.
수혈 관리는 각 의료기관에 설치된 수혈관리실·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근무 인력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업무지침서를 발간해 혈액 적정 사용을 도모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혈 적정성 평가를 현재 무릎·척추 등 2개 수술에서 다른 수술까지 확대하는 한편 이를 의료기관의 의료질평가와 연계해 제도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독자들의 PICK!

복지부는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매년 헌혈 목표를 설정하고 알부민·면역글로불린 등 의약품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원료 혈장 수급계획을 만드는 등 관리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혈액제제 투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백혈구를 제거한 적혈구·혈소판제제 공급을 확대하고, 방사선을 조사한 혈액제제 공급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앞으로도 헌혈 참여가 확대되고 국민이 안심하고 수혈받을 수 있도록 혈액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