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C' 케미컬 강점으로 차별화…조기 기술이전 한계에 대형 제약사 역할 커져야
자체 ADC 임상 개발이 글로벌 허브 도약 핵심…보수적인 임상 승인 기조 변화 필요

국내 대표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 기업들이 한국이 글로벌 ADC 허브로 도약하려면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차별화된 ADC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이 차세대 ADC 기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자금력의 한계와 보수적인 임상 규제 환경이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10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월드 ADC 서밋 코리아 2026'에서 국내 ADC 산업 관계자들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은 허남구 에임드바이오(24,900원 ▼900 -3.49%) 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정철웅 리가켐바이오(130,900원 ▲2,900 +2.27%) 연구소장, 김남주 카나프테라퓨틱스(18,660원 ▼390 -2.05%) 상무,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국내 ADC 개발 역량을 조명하며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ADC는 항체와 암 세포를 죽이는 물질인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해 만든 항암제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모달리티 중 하나다. 페이로드로는 주로 톡신(독소)이 사용되는데, 다수의 국내 바이오텍이 케미컬(화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ADC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차세대 ADC 기술로 꼽히는 멀티(다중) 페이로드 영역에서의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ADC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선 항체, 링커 등 다른 필수 구성요소에 대한 기술이 필요한 만큼 국내 기업들은 활발한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 ADC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리가켐바이오도 초창기 중국 포순제약을 시작으로 익수다, 다케다, 암젠 등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으로 역량을 키워왔다.
정 소장은 "초기 단계 바이오텍은 인력과 예산에 모두 한계가 있고, 모든 것이 어렵다"며 "특히 ADC는 프로그램마다 항체부터 독소, 컨쥬게이션(접합), 분석법, CMC, 공급망 등을 모두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을 가진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고, 여전히 배우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바이오텍들이 자금 문제 등으로 대부분 전임상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났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이 글로벌 ADC 허브로 성장하려면 직접 임상 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기업 모두 전임상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한 바 있다.
김 상무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국내 바이오 벤처 중에서 자체적으로 임상 1상을 완전히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전임상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함으로써 임상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리스크를 나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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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술이전의 상대가 대부분 외국 제약·바이오 기업인 실정에서 국내 대형 제약사의 기술도입과 임상 개발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바이오텍의 연구개발 성과를 국내에서 후기 단계까지 키워나가야 한단 것이다. 비단 제약사뿐 아니라 오리온-리가켐바이오의 사례처럼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국내 기술의 후기 단계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도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됐다.
정 소장은 "지금은 초기 단계에 값싸게 기술이전할 수밖에 없는데 임상 1상이 끝나면 값이 10배까지 올라간다"며 "그로 인한 베네핏을 외국 회사들이 얻고 있는데, 이왕이면 국내 회사가 베네핏을 얻고 (신약을) 다음 단계까지 개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의 앱티스 인수, 셀트리온과 피노바이오의 파트너십과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나고, 오리온이 저희 회사에 투자한 것처럼 다른 업종이라도 국내 기술을 다음 단계에서 받아줄 수 있는 회사들이 많아짐으로써 생태계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측면에서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특히 임상 승인 속도가 느리고,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위해 요구되는 서류가 비교적 많다는 점이 지적됐다. 국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임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정부의 신약개발 지원도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임상 승인은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단 것이다.
허 대표는 "국내 임상 사이트는 좋은데 임상 승인이 느리다는 게 단점"이라며 "최근 정부에서 임상 승인을 빨리 해주겠다고 한 만큼 기대하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ADC 위탁개발생산(CDMO)이 싸고 빠른 데다 연구자주도임상(IIT)을 빨리 진행해 확보한 임상 결과로 유리한 라이센싱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