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개원 25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성료

전 세계적으로 암 정복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암이 단일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세포 집단 간 경쟁과 선택 과정을 거쳐 진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암이 생겨나 전이되고, 내성(치료 저항성)을 가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디지털 지도로 구현하는 미국의 대형 프로젝트 진행 현황이 공유돼 눈길을 끈다.
17일 국립암센터기 개원 25주년을 기념해 이 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제18회 국립암센터 국제심포지엄'에서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켄 S. 라우(Ken S. LAU) 교수는 대장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단일세포 분석과 공간 다중오믹스 기술로 추적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암이 단일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세포 집단 간 경쟁과 선택 과정을 거쳐 진화한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암 발생 이전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는 새로운 예방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2006년 첫 진료를 시작으로 25주년을 맞은 국립암센터가 '암 없는 미래를 향한 비전'을 주제로 개최했다. 미국·일본·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암 연구 분야 석학들이 참여해 암 예방·조기진단·정밀의료·인공지능(AI) 기반 치료 등 미래 암 관리 전략을 공유했다.
그중 중국 북경대 암병원 지아푸 지(Jiafu JI) 교수는 '중국의 위암 치유 중심 치료: 치료 패러다임의 재정립'을 주제로 발표하며 "위암 치료가 수술 중심에서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의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HER2, MSI-H/dMMR 등 종양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활용하는 맞춤치료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향후에는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도 치료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암 예방·진단·치료 연구를 가속화하고 암 사망률 감소를 목표로 추진하는 국가 암 연구 프로젝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미국 캔서 문샷의 핵심 연구사업인 HTAN(에이치탄·Human Tumor Atlas Network)을 중심으로 암 발생 이전 단계인 전암(前癌) 연구와 암 진화 과정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가 공유됐다.
HTAN은 암의 탄생부터 전이, 치료 저항성 획득까지의 전 과정을 3D 디지털 지도(Atlas)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참석자들은 암을 치료하는 단계를 넘어 암 발생 이전에 개입하는 예방·조기진단 전략의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선 '아틀라스(Atlas)'가 키워드로 떠올렸다. 아틀라스는 세포·유전자·조직 등의 위치·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생물학적 지도다. 이날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수디르 스리바스타바(Sudhir SRIVASTAVA) 박사는 '왜 전암 아틀라스를 연구하는가: 혁신적 생물학과 중개적 가치'를 주제로 발표하며, 암 발생 이전 단계의 세포·분자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전암 아틀라스 연구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암의 발생 과정을 규명하고 조기진단 바이오마커와 예방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질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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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인두 코하르(Indu KOHAAR) 박사는 '중재의 창으로서의 전암 아틀라스'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인두 코하르 박사는 HTAN 전암 단계 아틀라스 구축 프로그램(HTAN Precancer Atlas Program)을 소개하며, 암 발생 이전 단계의 세포·조직 변화를 정밀 분석해 조기 발견 바이오마커와 예방 중재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암은 전암 단계가 비교적 명확해 정밀 예방 연구의 대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주제로 미래 암 치료의 방향성도 제시됐다. 일본임상종양그룹(JCOG, Japan Clinical Oncology Group) 유키히데 카네미츠(Yukihide KANEMITSU) 의장이 '아시아에서 세계로: 일본임상종양그룹과 차세대 대장암 연구'를 발표하며 주목 받았다. 일본임상종양그룹은 일본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대학병원과 암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암 임상연구 협력 네트워크다.
이어 기초과학연구원 구본경 단장은 오가노이드 기반 질병 모델링과 다중 오가노이드 데이터베이스 구축 현황을 소개했다. 다중 오가노이드는 여러 종류의 오가노이드(암 조직, 간, 폐, 장 등)를 함께 활용하거나 연결해 연구하는 기술·모델이다. 카이스트 최정균 교수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향상된 신생항원 예측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유석 국제심포지엄 준비위원장(국립암센터 인재경영실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국립암센터 개원 25주년을 맞아 세계 암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암 관리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암 예방부터 정밀치료, 인공지능 기반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 기술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