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건보적용'에…"비만약 급여화가 더 시급"
"비싼 약값에 치료 망설여…환자 부담 줄여야"

정부가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추진을 예고한 가운데 비만약의 보험 적용 논의로도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비만은 합병증과 사망의 주된 위험 인자로 꼽히는 만큼, 비만 치료의 보험 적용은 외려 시급한 과제란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치료제의 건강보험(건보) 급여화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계획 중이다. 학회 관계자는 "치료가 시급한 고위험군 환자를 중심으로 급여화에 속도를 내야 한단 취지의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한 상황"이라며 "하반기 관련 공청회 등을 통해 정부 차원의 논의를 촉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비만 대사 수술을 제외한 모든 비만 진료 영역이 비급여에 머문다. '비만약 열풍'을 부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을 처방받으려면 월 약 30만~40만원을 전액 본인 부담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탈모 치료의 건보 급여 확대안을 띄우면서 비만약 관련 논의도 물살을 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탈모 치료에 대해선 "건보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며 의료계·환자단체의 저항이 큰 반면, 장기적 합병증과 사망의 주요 원인인 비만에 대해선 보험 적용의 효과가 분명하단 의견이 나온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비만은 당뇨병·심혈관질환을 비롯해 일부 암으로 이어지는 명백한 사망 위험인자"라며 "해외에선 이미 비만 치료 목적의 단계적 급여화를 시작한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진료 중이던 초고도비만 환자가 최근 수면무호흡증으로 숨진 사례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언급, 탈모약 급여화 추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숨진 환자는 비만과 장애로 직업을 갖지 못해 경제적 여유가 없어 수개월간 치료를 망설였다"며 "비만약이 절실한 사람들은 비싼 약값 앞에서 (치료를)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탈모가 그렇게 시급한 질환인가"라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고도 비만 환자가 급사(急死)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에선 공적 보험을 통해 국가가 비만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오는 7월부터 공공의료보험 '메디케어 파트D' 수혜자(고령자·장애인)를 대상으로 일부 GLP-1 약물을 제공하는 단기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보험 혜택이 없으면 미국 내 GLP-1 치료제 약값은 1000달러(약 150만원)를 웃돌지만, 혜택을 받으면 월 50달러(약 7만원)에 비만치료제를 쓸 수 있다.
프랑스는 지난 15일부터 중증 비만 환자에 한해 위고비·마운자로의 건보 지원을 시작했다. 비만약을 건보 급여 대상에 편입한 건 EU(유럽연합) 국가 중 첫 사례다. 프랑스 정부는 BMI(체질량지수) 40 이상 또는 35 이상이면서 당뇨병·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65%의 보험 적용률을 제공한다. 비만 환자 대부분이 이 같은 심혈관계 동반 질환을 보유한 만큼 사실상 100%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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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비수도권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약 급여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치료가 절실한 환자에게만이라도 약값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급여화 논의가 더딜수록 비만 치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