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범대위, 반대 궐기대회
"검사료 깎아 필수의료 지원
의료계 대혼란에 빠뜨릴 것"

의사들이 30도 넘는 무더위를 뚫고 거리로 나섰다. 정부가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등을 엄격히 관리하려 하고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재원을 검체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 및 MRI(자기공명영상)의 수가를 깎아 마련하기로 한 데 반발한 것이다.
28일 오후 현직 의사 3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국민의 치료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관리급여 반대 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정부가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려 한다"며 "도수치료가 필요한 국민의 치료권을, 의사의 진료권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의료가 행정의 통제 속에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호소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항목 중 과잉우려가 큰 항목을 건강보험체계에서 관리하는 제도다. 환자가 비용의 95%를 부담하고 건강보험이 나머지 5%를 부담하지만 정부가 가격과 진료기준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이번 의결로 도수치료 수가는 1회당 4만3850원으로 책정됐고 빠르면 7월부터 시행된다.
이날 김택우 의협 회장은 대회사에서 "본인부담률 95%가 과연 국민을 위한 급여인가. 환자의 부담은 그대로 두고 정부가 가격·횟수·진료기준을 정하겠다는 게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 아니면 실손보험 회사들을 위한 제도인가"라고 반문하며 "같은 통증이라도 환자의 상태는 다르고 같은 치료라도 필요한 시간과 횟수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정형외과·신경외과·마취통증의학과·재활의학과 의사회들이 공동주관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진료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진료과 개원의들이 거리로 나선 셈이다. 최순규 대한신경외과의사회장은 "도수치료를 마사지보다 못한 취급을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완호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은 "정부는 '관리급여'와 '저가치 의료'라는 말을 앞세워 정상화, 현실화하겠다고 하지만 그 말의 본질은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의 종류와 횟수를 정부가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비급여 진료를 안 해도 생존할 수 있는 정당한 수가인상을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이태연 의협 범대위 관리급여대응위원장은 "오늘은 도수치료, 내일은 체외충격파, 그다음은 또다른 비급여 치료가 관리급여 대상이 될 것"이라며 "관리급여가 확대되는 순간 환자는 더이상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횟수만큼만 치료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자들의 PICK!
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연간 3조6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검체검사와 CT 및 MRI의 수가는 2조6000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검체검사 위수탁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김택우 회장은 "수가개혁이라고 하면서 마른 수건 쥐어짜서 만든 2조6000억원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도둑놈 심보'"라며 "아랫돌 빼서 윗돌 채우는 정책은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의료계를 큰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택우 회장은 "지역 필수의료 보상강화를 위해 재정투입을 결정한다는 게 그럴싸해 보이지만 검체검사와 영상검사를 과보상 영역으로 단정하고 대규모 수가조정을 강행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기관에 전가되는 데 반해 보상방안은 현실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건정심은 내년도 의원급 수가 인상률을 1.6%로 결정했다. 건강보험 수가는 의료행위의 가치를 반영한 상대가치점수에 점수당 단가인 환산지수를 곱해 산정한다.
이를 두고 김택우 회장은 "재정규모를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깜깜이' 협상과정에서 정부의 최종 제시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협상"이라며 "의원유형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가인상 수치 내에서도 환산지수 쪼개기를 감행하며 1차의료, 지역 및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입장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