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3년간 유지될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가 이달부터 시작됐다. 정부의 '중증은 큰 병원, 경증은 동네병원'이라는 정책 방향에 맞춰 평가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지정 여부에 따라 연간 수 백억원이 넘는 수익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규모가 큰 '빅5' 병원마저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계획'을 공고하고 7월 한 달간 우편·이메일로 신청을 받는다고 2일 밝혔다. 평가를 거쳐 12월 중 홈페이지에 지정 결과를 게시할 예정이다. 올해 지정된 병원은 2027~2029년까지 3년간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상급종합병원은 암·심뇌혈관질환 등 고난도 중증질환에 대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이다. 전국을 진료권역별로 쪼개 상급종합병원이 책임져야 할 환자 규모(병상 수)를 따지고, 최저 기준을 충족한 병원을 상대평가해 점수가 높은 곳부터 차례로 지정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정된 권역에 신청 병원이 많은 이른바 '죽음의 조'는 단 1점 차이에도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진료, 교육, 인력, 장비, 시설(중환자실, 정보협력체계와 병문안객통제시설), 환자 구성, 의료서비스 등 총 8개의 기준을 토대로 까다롭게 선정한다. 대신 일반 종합병원과 같은 진료를 해도 건강보험 수가에 5% 포인트 가산이 붙는 등 혜택이 주어진다. 최상위 병원이란 '타이틀'이 있어 국책과제나 정부 사업 등에 참여할 때 선정 받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상급종합병원이었다가 탈락한 경험이 있는 지역의 한 병원장은 "지정 평가에서 떨어져 종합병원이 되니 연간 150억원 순이익이 감소해 3년간 450억원이 고스란히 적자로 쌓였다"며 "새로운 의료기술을 도입할 때 심사에서 차별받고, 의사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떠나기도 하는 등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많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기조에 맞물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이 변화한다. 중증 환자(전문진료질병군) 비율 기준은 기존 34%에서 38%로 상향됐고, 경증 환자(의원중점외래질병) 비율은 7% 이하에서 5% 이하로 강화됐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보다 위중한 환자를 더 많이 치료하도록 의료 전달 체제를 재편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구상이다.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현재 전국 47곳의 상급종합병원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3곳가량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바라보는 병원들의 시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지난 의정갈등 상황에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으로 전체가 일반 병상 수를 최대 15%, 총 3625개 감축한 상황이라, 이미 지정된 병원들은 차기 선정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에 지정 탈락하면 수가 가산 혜택이 없이 감소한 병상만큼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축 병상에 대한 기회비용을 이미 보상받았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했다고 줄인 병상 수를 곧바로 늘리진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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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 병원은 권역·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나 중증·권역모자의료센터와 같은 공공의료 유관센터를 구축하고, 중증 비율을 조정하는 등 일찌감치 대비에 나섰다. 환자가 몰리고 중증 비율이 높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조차 최대 1.5점의 가점을 받기 위해 그동안 외면했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신청서를 올해는 모두 제출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현 정부의 기조상 결국 큰 병원은 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한 번은 거쳐야 하는 변화이고, 정부도 이를 위해 수가 가산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병원도 일찍 투자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신규·유지하는 게 경영상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