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폭력" 이 대통령도 경악한 '태움'..."인력 적고 일 많아서" 간협 지적

"끔찍한 폭력" 이 대통령도 경악한 '태움'..."인력 적고 일 많아서" 간협 지적

정심교 기자
2026.07.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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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간호사 '태움'으로 숨진 고(故) 강수빈 씨 사건과 관련, 대한간호협회가 고질적인 태움 관행에 대해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을 두고 의사집단이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구조의 문제', '개인의 일탈' 등 서로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허태규 광역범죄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20명 규모 수사전담팀을 꾸려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 광주시 한 병원에서 20대 간호사가 '태움'(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 관련, 경찰이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히는 악습을 뜻한다. 이번 사건에서자살 원인으로 태움이 지목되자, 노동당국은 조사를 통해 이같은 주장이 일부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해당 병원에 시정을 지시했다.

이후 1일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태움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며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명확히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2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대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고(故) 강수빈 간호사를 깊이 애도하며, 더 이상 간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어 간협은 "태움 문화의 근본 원인은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이라며 "적정 인력 배치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태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환자당 간호사 배치기준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 중인 간호법 개정안을 통해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태움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간-정 협의체'를 구성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밖에도 △간호인력지원센터 기능 대폭 강화 △신규 간호사 보호를 위한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를 확대·내실화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고(故) 강수빈 간호사가 생전 근무했던 경기도 광주시 해당 병원의 홈페이지 화면. 3일 현재 서비스 점검 안내와 함께 먹통이다. /사진=해당 병원 홈페이지
고(故) 강수빈 간호사가 생전 근무했던 경기도 광주시 해당 병원의 홈페이지 화면. 3일 현재 서비스 점검 안내와 함께 먹통이다. /사진=해당 병원 홈페이지

간협이 '인력 부족'과 '업무 과다'를 태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 데 대해 의사집단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력이 부족하면 태움이 발생하고, 인력이 충분하면 태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간호사들의 논리는 업무 스트레스가 줄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률이 줄어든다는 건데, 그게 맞는다면 태움을 막기 위해 업무 강도 기준을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한다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간협은 진실부터 밝혀진 후 태움 대책을 내놓는 게 순서상 맞을 것"이라며 "간협이 주장하는 환자당 간호사 배치기준 법제화는 현실적 대안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할 경우 중소병원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고, 비수도권 병원에 간호인력이 부족한 점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머니투데이에 "소아청소년과도 의사가 부족해 인력난에 허덕이지만, 구조 문제로만 돌리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오류를 범할 것"이라며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동료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괴롭히는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개인의 가해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필수의료 의사들도 극심한 인력 부족과 36시간 연속 근무 등 살인적인 업무 부담에 시달린다. 만성적인 과로와 과도한 긴장 상태가 개인의 인내심을 바닥내고, 조직 내 정서적 예민함을 극대화해 괴롭힘이 발생하기 쉬운 '토양'을 제공하는 건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모두 폭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정상화 및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2026.06.30.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정상화 및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2026.06.30. [email protected] /사진=김선웅

이 협회 이홍준 부회장도 "간협의 주장처럼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이 환경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를 태움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모든 책임을 구조에만 돌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생명을 다루는 긴박한 의료 현장이라는 특수성을 방패 삼아, 개인의 인성 결함이나 악습을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포장해 온 구태의연한 문화가 태움의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력 부족이 태움의 원인이라면 의사들이 더 심했어야 한다"면서 "적정 인력 배치가 태움을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한 간협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해당 병원에서 태움을 당했다는 제보는 또 이어졌다. 2일 MBC 보도에 따르면 숨진 강씨 사건이 알려진 뒤 문제의 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전직 간호사 20대 A씨는 "2022년 6월 해당 병원 응급실에 입사한 직후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수할 경우 선배 간호사가 바늘 등 의료기구를 바닥에 뿌린 뒤 모두 치우라고 지시했다"며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이유로 폭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폭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이른바 '시선 태움'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냥 계속 째려보는 거예요. 그 어떤 얼굴 표정도 보여주지 않고 그냥 한심하게 바라보면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 끝에 결국 김 씨는 입사 3개월 만에 퇴사 후 의료계를 떠났다. 그는 "자다가도 심장이 뛰며 벌떡 일어났고 1년 동안 악몽을 꾸며 울부짖었다"고 당시 극심했던 고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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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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