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엑스레이 기반 '파노', 환자가 영상으로 질환 의심 부위 확인해 진료 신뢰도 제고
출시 1년6개월 만에 가입 치과 420곳·유료 고객 100곳 확보…바텍 등 협업으로 상용화 속도

"치과의사와 환자가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정보격차로 인해 진료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구강 상태와 치료 필요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허수복 디디에이치 공동대표)
30여년간 임상 현장을 지켜온 치과의사 출신 허수복 디디에이치 대표가 치과 진단 AI 개발에 뛰어든 출발점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정보격차였다. 환자가 자신의 치아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치과 진료 특성상 의료진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과잉진료에 대한 의심이나 치료 필요성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디디에이치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파노라마 엑스레이 영상에서 충치와 치근단염, 치조골 흡수 등 주요 구강질환을 자동으로 찾아 시각화하는 진단 AI 솔루션 '파노'(PANO)를 개발했다. 의료진의 진단을 지원하는 동시에 환자가 영상 위에 표시된 질환 의심 부위를 직접 확인하도록 해 진료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허 대표는 "디디에이치의 궁극적인 사업모델은 AI를 통해 모든 치과질환 환자가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치과 환자의 90% 이상에서 나타나는 충치와 치주염 등 다빈도 질환을 탐지할 수 있는 파노를 먼저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파노의 차별점은 개발 난도가 높은 파노라마 영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미국 치과 진단 AI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바이트윙'은 해상도가 높고 촬영 표준화가 가능해 AI 개발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치아가 적고 치근은 촬영되지 않는다.
반면 파노라마 엑스레이는 한 장으로 전체 치열과 치근, 주변 골조직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구조물의 중첩과 왜곡이 크고 개별 질환이 차지하는 영역도 작아 AI가 병변을 정확히 찾아내도록 학습시키기 어렵다.
해당 측면에서 디디에이치는 2019년 정부 연구사업을 통해 국내 11개 대학병원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서울대학교 영상치의학과 연구진과 함께 기술적 진입장벽을 구축했다. 향후에는 바이트윙과 구강사진 등을 결합한 멀티모달 진단 AI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파노는 국내 서비스 출시 1년6개월 만에 가입 치과의원 420곳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약 100곳이 매월 구독료를 내는 유료 고객으로 전환했다. 올해 가입 치과를 800곳 이상으로 늘리고 유료 고객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손익분기점(BEP)에 가까운 실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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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표는 "현재 유료 고객 확대의 병목은 수요보다 소프트웨어 설치와 사용법 교육에 있다"며 "설치 속도와 현장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면 유료 전환율도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 장비기업과의 협업도 확산을 뒷받침한다. 파노는 치과 영상장비 기업 바텍의 통합 진단 플랫폼 '클레버 원'에 탑재됐다. 개별 치과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장비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다른 치과 장비·소재기업들과도 디디에이치 제품을 구매해 병·의원에 공급하는 형태의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와 인허가, 임상·실증, 유통망을 담당할 파트너를 확보하며 사업 기반을 구체화한 상태다.
중국에서는 제남메디컬센터(JMC)를 중심으로 현지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인허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산동성 주요 국영병원을 대상으로 판매망을 확보했으며, 산동제일의과대학 부속 산동성립구강병원으로부터 구매의향서도 받았다.
허 대표는 "민간시장에서는 산동성과 산서성에 치과 거래처 5000곳을 보유한 현지 유통기업 즈성메이와 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며 "제남시와 하나증권이 출자하는 중한헬스케어펀드도 디디에이치를 1호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디에이치는 오는 10월 NMPA 인허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의료기기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크라운 자동디자인 AI를 출시하고, 파노 허가 이후인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교두보로 삼았다. 2024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멤피스 보훈처(VA) 의료기관과 공동연구개발협약(CRADA)을 맺고 현지 실증과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VA 의료망은 종합병원 170곳과 1차 의료기관 1193곳이 연결된 대형 공급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인허가도 준비 중이다. 제이앤피메디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아 분석을 마쳤으며 현재 FDA 사전협의와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서부지역 치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아발론 덴탈 세라믹스도 전략적 주주로 참여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멀티모달 AI 기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AI-CDSS)이다. 파노라마와 바이트윙 엑스레이, 구강사진,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종합해 질환을 탐지하고 판독문과 치료계획까지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디디에이치는 중소벤처기업부 스케일업 팁스를 통해 향후 3년간 30억원을 지원받아 관련 기술을 개발한다.
허 대표는 "하나의 영상만으로 모든 구강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며 "환자별로 필요한 영상을 결합해 판독문과 치료계획까지 제안하면 치과의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진료 과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연하게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희망'이 아닌 현지 사업을 위한 굵직한 파트너들과의 협력 구축과 실제 허가 가시화 등 짜임새 있는 '계획' 아래 해외 진출을 준비해 왔다"며 "이는 2028년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 신청에 앞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