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독감 백신' 고령층 감염 12만건 예방…질병청, 도입 검토 착수

'강한 독감 백신' 고령층 감염 12만건 예방…질병청, 도입 검토 착수

박정렬 기자
2026.08.0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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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예방접종 모습./사진=뉴스1
독감 예방접종 모습./사진=뉴스1

현재 고령층에 무료 접종되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면역 효과를 높인 '고면역원성 백신'으로 바꿀 경우 한 절기에 감염과 입원을 각각 12만건, 1만5000건 이상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성질환과 면역력 저하로 표준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면역증강제를 함유한 고면역원성 백신이 보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는 지난달 2일 대한예방의학회와 질병관리청이 공동 주관한 대한예방의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 교수 연구팀은 우리나라 인구를 5세 단위. 17개 연령군으로 나누고 연령대별 접촉과 전파 양상을 반영한 수리 모델을 구축했다. 백신 접종자 이외에 미접종자에까지 미치는 간접 효과를 추정할 수 있게 모델을 설계했다. 이어 전 연령이 표준 백신을 맞는 현재 상황과 고령층만 고면역원성(면역증강제 함유) 백신으로 바꾸는 경우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백신을 고면역원성 백신으로 바꿀 경우 한 절기에 증상을 동반한 감염 12만5240건, 입원 1만5696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5세 이상 전체에 도입했을 때 수치로, 75세 이상만 도입해도 감염 4만9279건과 입원 6662건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효과는 접종 대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75세 이상에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을 도입할 경우 전체 예방 감염 4만9279건 중 7783건(15.8%)이 65세 미만에서 발생했다. 지역사회 전파를 억제해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감염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하면 65세 미만에서 예방되는 감염은 3만2553건(전체 예방 감염의 26%)으로 증가했다.

서울 시내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이 놓여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이 놓여있다./사진=뉴시스

고면역원성 백신은 표준 백신보다 비싸지만 추가되는 비용의 절반 이상은 치료비 절감으로 상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이상에 백신 도입 시 이 비용 중 52%가 치료비 절감으로 상쇄됐다. 65세 이상 전체로 넓히면 상쇄율은 57%로 올랐다. 유행 규모가 클수록 표준 백신을 유지할 때와의 비용 차이는 좁혀져, 유행이 심한 해에는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비용 중립'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무료로 접종되는 표준 백신은 특히 고령층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나이가 들면 백신을 맞아도 항체를 생성하는 능력이 건강한 성인의 40~80% 수준에 불과하고, 당뇨병이나 만성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이 더해지면서 면역반응이 더 약해지는 '면역 노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신과 유행 바이러스가 불일치하는 '균주 미스매치'가 일어날 경우 감염·입원·사망 예방 효과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접종률은 80% 초반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런 이유로 마다 독감 유행 시기가 되면 외래·응급실·병동이 환자로 가득 찬다. 실제 국제학술지 '백신(Vaccine)'에 실린 연구에서 국내 10개 의료기관이 65세 이상 5322명을 2011~2012절기부터 2020~2021절기까지 10개 절기에 걸쳐 추적한 결과, 표준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2.9%에 불과했다. 2016~2025년까지 발표된 국내 연구 9편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감염 예방 효과는 8.3%(추정치)에 불과했다.

송준영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은 독감으로 인한 입원 및 중증 합병증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이라며 "이들에게 사용하는 백신의 예방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접종률이 높더라도 질병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 접수를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 접수를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해외 주요국은 이미 독감 백신 접종 정책의 중심을 '양'에서 '질'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호주, 영국 등 주요국은 이미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NIP에 포함했거나 우선 접종을 권고한다. 아시아권에서도 일본과 대만이 올해 하반기부터 고령층을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을 NIP에 편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도 고면역원성 백신 요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이미 2023년 성인예방접종 지침을 개정하면서 65세 이상에게 고면역원성 백신 우선 접종을 권고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나란히 고령층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의 NIP 도입 또는 확대를 공약에 담아 눈길을 끌었다.

승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뉴스1
승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뉴스1

질병청도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NIP 도입 체계를 개선한다면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9기·폐렴구균 댄백결합백신과 함께 '우선 검토 대상'으로 선정했다. 효과성이 확인된 만큼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단계적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고령층의 감염 예방은 개인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의료체계의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예방효과가 향상된 백신이 이미 개발돼 있고 정부도 이를 우선 검토 대상으로 제시한 만큼,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비용효과성을 바탕으로 NIP 도입을 위한 정책적 검토를 본격화할 시점"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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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articles on medicine, pharmaceuticals, and bio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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