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n리포트]
국내 인구 10% '만성콩팥병' 추정
2020~2025년 10만명 넘게 늘어
피로감·소변 변화·식욕저하 등 증상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발생이 늘며 콩팥(신장)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실제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가 몇 달씩 지속되는 '만성 콩팥병'을 앓는 국내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세다. 초기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질환 인지가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확인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대한신장학회의 '2026 만성 콩팥병 팩트 시트'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의 약 10%가 만성 콩팥병 1~5기(사구체여과율에 따라 단계별 구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질환 발생 증가세와 고령화 영향으로 향후 만성 콩팥병 발생률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만성 콩팥병이 의심돼 진료받은 환자는 2020~2025년 10만명 이상 늘었다.
콩팥은 체내 '정수기' 역할을 한다.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배설 기능', 체액량과 구성 성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절 기능', 혈압 조절·적혈구 생성·비타민D 활성화 등 '내분비 기능'까지 생명 유지를 위한 주요 장기다. 만성 콩팥병은 이러한 콩팥이 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지는 질환이다. 처음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진행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문영윤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초기 만성 콩팥병은 단순한 피로나 컨디션 저하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다"며 "충분히 쉬어도 피로감이 지속되거나 식욕·집중력 저하, 메스꺼움, 야간뇨 증가, 부종 등이 나타난다면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거나 소변량이 변화하는 것도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주된 위험 요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높은 혈당과 혈압이 콩팥 내 미세혈관을 서서히 손상시켜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실제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으로 진행된 '한국인 만성 콩팥병 장기 추적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에 따르면, 시간에 따라 혈압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경우 신장 기능 악화 위험도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만성 콩팥병 환자와 제2형 당뇨병 환자 7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선 당화혈색소(혈당 평균치)가 높은 군에서 심혈관 문제 발생과 사망 위험도가 커진단 점이 확인됐다.

콩팥 여과 장치인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사구체신염도 만성 콩팥병의 주요 원인 질환이다. 사구체신염이 생기면 혈뇨, 단백뇨, 부종, 콩팥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난다. 대사 장애와 혈류 이상, 감염,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유전성 신장질환인 '다낭신'(다낭성 신질환)도 콩팥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다낭신은 콩팥에 수많은 낭종이 생겨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병이다. 음상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낭종이 커지면서 주변 조직 혈류가 줄고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계가 활성화돼, 신장 기능이 정상인 젊은 나이부터 고혈압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지나면 만성 콩팥병이나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콩팥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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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은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기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만으로도 콩팥 기능 상태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치료 초기엔 혈압·혈당을 조절하고 단백뇨를 줄이는 치료가 필요하며 질환이 진행되면 여러 합병증을 관리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진다면 투석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투석은 콩팥이 수행하지 못하게 된 노폐물 제거와 수분 조절을 대체하는 치료법이다.
만성질환 관리와 함께 짜게 먹지 않는 식단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등은 필수 예방 수칙이다. 특히 규칙적인 중등도·고강도 운동은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심혈관 합병증 위험과 사망 위험을 각각 53%, 58%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교수는 "만성 콩팥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받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킨다면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