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월가와의 전쟁' 선포

오바마 대통령 '월가와의 전쟁' 선포

김경환 기자
2010.01.22 09:12

'글래스-스티걸법' 부활 의미…대형은행 규모 축소 불가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1일(현지시간) 강력한 월가 대형 은행 규제안 발표는 '월가와의 전쟁' 선포로 받아들여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과 회동을 가진 직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 오바마 "은행, 자기자본 투자로 고수익 추구 좌시 않겠다"

오바마 대통령은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업무를 겸하면서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을 통해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파생상품 등에 직접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형화를 위한 이 같은 자기자본투자(프랍 트레이딩)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함으로써 위기를 초래, 국민의 혈세로 구제 금융을 받는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납세자들과 미국 경제를 위기로 보호하기 위한 개혁에 나서야만 한다"면서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위험 투자를 단행하는 투자은행 업무를 겸하는 상업은행들이 보호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자기자본투자 영업의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항하는 세력들이 싸우길 원한다면 기꺼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분리'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극단적인 금융 규제안을 밝힌 것은 일부 월가 금융기업들이 위기 이전 관행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월가 대형금융기업들의 과도한 자기자본 투자가 금융위기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란 인식도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다. 이에 따라 월가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안을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로 보고 있다. 1933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투자하는 자기매매를 금지하도록 한 것으로 1999년 폐지됐다. 글래스-스티걸 법이 폐지되면서 상업은행도 투자은행 업무를 겸할 수 있게 되면서 너도 나도 위험한 투자에 나서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오바마 규제안이 발효될 경우 대형 은행이 예금으로 위험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법안의 핵심 내용은 예금과 대출 업무를 위주로 하는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속 보호와 지원을 보장하지만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지원을 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게 만드는 한편 상업은행의 수익성을 크게 줄여 은행 규모 축소를 유도할 전망이다.

◇ 뉴욕증시 폭락, 대형 은행주 급락-지역은행은 상승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로 뉴욕 증시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골드만삭스가 사상 최대 분기 순익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오바마의 발표로 쏠렸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01%(213.27포인트) 급락한 1만389.88을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89%, 1.12%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최근 연이은 급락으로 연초대비 0.37%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오바마의 발표는 월가 대형 은행들에 영향을 미쳤다. 대형 은행들의 주가는 급락했지만 지역 은행들의 주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골드만삭스의 주가가 4.12% 떨어졌으며, 모간스탠리는 4.21% 하락했다. JP모간체이스는 6.59%,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6.19% 급락했다.

반면 예대출 업무만을 주로 맡고 있는 지역은행들은 이번 규제안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점이 부각됐다. 피프스서드가 6.28%, 키코프가 5.46% 급등했다. 선트러스트뱅크는 4.7% 올랐다.

오바마의 규제안 발표는 은행들의 많은 반발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들과 보수진영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급진적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법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은행 규제에 대해 보수적인 공화당이 최근 상원에서 41석을 획득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수 있게 돼 향후 입법 과정에서 많은 논란도 예고된다.

특히 최근 블룸버그가 실시한 조사에서 금융기업들의 77%가 오바마 대통령이 반기업적이라고 응답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금융권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경환 기자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