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정치적 승부수, 통할까?

오바마의 정치적 승부수, 통할까?

김경환 기자
2010.01.22 13:53

보궐 선거 패배 등 위기에 몰린 오바마, 지지세력 결집에 효과적일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월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이 같은 발표가 우호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분리 방침은 세계적 투자은행을 육성하려는 한국 금융 시책과 정반대에 서있기 때문에 향후 많은 논란을 야기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실상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을 선언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투자하는 자기매매를 금지하도록 한 것으로 1933년 대공황 당시 도입됐다 1999년 폐지됐다.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면서 상업은행도 투자은행 업무를 겸할 수 있게 되면서 상업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자본으로 투자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수익이 크게 늘면서 대형화가 촉진됐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투기를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고 정부 자금을 투입해야 겨우 살아남을 지경에 처했다.

하지만 정부의 도움으로 겨우 파산을 모면했던 금융기업들은 위기가 끝나는 신호가 나타나자 다시 위험한 투자를 불사하는 과거 관행으로 돌아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도 위기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은행들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이미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월가 대형 은행들이 위기 이전과 같은 막대한 보너스 지급에 나섰고, 일반 대중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위기 정국을 정면 돌파를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사추세츠주 상원 보궐 선거 패배로 상원의 슈퍼 60석이 붕괴되는 위기에 처했다. 건강보험 개혁안 등 오바마가 야심차게 추진 중이던 각종 개혁안은 보수진영의 반대에 직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정책이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월가 대형은행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서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은 오바마 규제안 발표 이후 찬반 양론으로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포털의 관련 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월가는 가장 큰 반대론자다. 칩 핸런 델타글로벌어드바이저스 사장은 "나는 이제 오바마 대통령을 '오-백워드'(과거 회귀)라 부를 것"이라며 "모든 이슈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관점은 올바른 방향과 180도 다르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규제안에 대한 지지의견도 적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규제안을 '거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규제안 발표 직후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은 투자은행에 대한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규제안의 파생상품 관련 규제가 충분하지 않다며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규제안을 제안했지만 의회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법안이 발의되기 위해서는 상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하원 통과는 무난할지 몰라도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단 공화당은 즉각적인 반대보다는 자세한 내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리처드 셸비 공화당 상원 의원은 "더 많은 자료들을 요청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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