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은행의 英·네덜란드인 예금 상환 '압도적 반대'… 국제고립 심화 우려

국가 신용이 벼랑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아이슬란드가 결국 '빚 떼먹기' 국민투표에서 '빚을 떼먹자'고 결론을 내렸다.
아이슬란드는 6일(현지시간) 자국 은행의 파산으로 동결된 외국인 예금을 상환하는 법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실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개표가 30% 진행된 상황에서 93%의 압도적인 반대표가 나왔으며 찬성은 2%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아이슬란드 은행권의 85%를 차지하던 대형은행 란즈방키는 지난 2008년 10월 파산하면서 국유화됐다. 이 과정에서 란즈방키의 인터넷 지점인 아이스세이브와 거래한 영국인과 독일인 고객 30만명 이상이 예금 손실을 입었다.
이에 예금자 보호 능력이 없던 아이슬란드 정부를 대신해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가 나서 약 50억 달러에 이르는 동결 예금을 대신 지급했다. 이후 영국과 네덜란드가 아이슬란드를 압박하며 상환 협상이 진행됐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했다.
올라푸르나그나르 그림슨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오히려 국민들의 반대 청원이 올라온다는 이유로 의회가 통과시킨 상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이같은 '모럴 해저드'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아이슬란드의 국가신용등급을 지난 1월 'BBB-'에서 'BB+'로 강등시키기도 했다. 당시 폴 러킨스 피치 이사는 "아이슬란드 대통령이 영국과 네덜란드의 예금자 보호법을 거부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정치·경제·금융의 불확실성을 높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법안이 사실상 부결되면서 아이슬란드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이슬란드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이슬란드의 이번 국민투표는 지난 1944년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이후 처음 실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