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안화 절상 논란의 근원과 결말

[기고]위안화 절상 논란의 근원과 결말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2010.03.21 14:38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공방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 3월 1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국이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3월 14일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외부에서 중국에 환율절상 압력을 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대응했다. 미 의회 의원 130명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4월 15일 의회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번 논란은 무역적자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 차원을 넘어 금융위기 발발의 원인에 대한 미ㆍ중 간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기존 패권국가와 잠재적 패권 도전국가 간의 위기 후 질서를 둘러싼 권력 투쟁적 성격도 띠고 있다. 논란이 어느 한쪽의 뜻대로 종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금융 위기 원인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보유액을 증가시키고 미 국채 매입에 사용했기 때문에 미국의 저금리와 자산거품이 야기됐다는 외인론에 서 있다. 외인론에 따르면 중국 등의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조작의 결과이다.

반면 중국은 금융위기를 야기한 미국의 부동산 거품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미국정부가 선택한 저금리 정책과 미시적 금융감독정책의 실패가 원인이라는 시각을 견지한다. 이른바 내인론이다.

상이한 시각은 2005년 3월 벤 버냉키 의장의 세계적 저축과잉론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 경상수지 적자 원인에 대한 지배적 견해는 미국의 낮은 저축률, 특히 부시 행정부의 과도한 재정적자였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미국 바깥의 저축과잉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낳았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국제통화기금과 G7(서방 선진7개국)이 이러한 논리를 거들며 확산시켰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마틴 울프는 2009년 세계경제 저축과잉론을 세계경제 불균형론으로 대중화시켰다. “세계자본시장에서 신흥시장국가들은 담배를 피우지만 연기를 들여 마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내수 진작에 쓰지 않고 미국에 다시 투자해 자산거품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중앙은행 저우 샤오찬 총재는 유교적 전통과 가족구조, 인구학적 특성, 경제발전 단계 등이 중국의 높은 저축률을 가져오는 요인이라 분석했다. 그는 또 “높은 저축률과 많은 외환보유액은 약탈적 단기자본이동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며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가 가져온 쇼크의 결과”라고 말했다. 모간스탠리 아시아 회장 스티븐 로치도 버냉키 의장을 지목해 “거품을 자주 일으키는 미국경제의 특성에 면죄부를 주려고 아시아 잉여저축을 비난하는 ‘세계적 저축과잉’ 방어논리의 이론적 챔피언”이라며 비판했다.

글로벌 불균형은 과거 레이건 행정부의 쌍둥이 적자로 이미 나타난 적이 있었다. 당시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한 흑자국 일본은 미국의 엔화 절상 압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1985년 플라자 합의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자국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미 국채의 최대 보유자로서 대응수단도 갖고 있다. 그리고 기축통화 발행국(미국)의 거시정책과 통화발행에 대한 국제적 감독이 가능한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양국 간 타협을 통한 일시적 타협으로 봉합될 공산이 크다. 위기 원인에 대한 공통된 인식도 없고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강요할 힘의 우위에 서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환율제도를 제한적 변동환율제로 바꾸고 5% 이내로 위안화를 절상하는 정도가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조치도 외압이 아니라 중국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이유에서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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