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선언시 ECB 포트폴리오 손실 직면
-리먼 사태 이후에도 부실채권 떠맡아
-트리셰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 없어"
-프랑스·독일 은행들 1250억달러 그리스 위기 노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재정적자 위기의 확산을 막는데 고심하고 있다.
그리스의 금융 기관이 파산하거나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다면 ECB가 채권 포토폴리오의 손실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ECB 능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뿐만 아니라 유로화의 신뢰도 훼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로화 신뢰까지 흔들=로얄뱅크오브 스코틀랜드의 이코노미스트인 자크 카일로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좀 더 부차적인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ECB의 대차대조표를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충격이 오히려 그리스 은행에 대한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로 ECB의 신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한편 ECB를 보호하는 방안이 오히려 그리스 재정적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스 정부의 부채를 얼마나 많이 감당할 수 있는지 밝히지 않은 ECB은 최근 몇 달동안 빠른 대처를 보였다는 점을 증명해 오고 있다.
많은 ECB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가까이 간다 하더라도 그리스 은행의 신용등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ECB가 찾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가 그리스 은행만을 위험에 빠뜨린 것은 아니다. 프랑스 은행과 독일은행은 각각 거의 800억달러, 450억달러 정도 그리스 위기에 노출돼 있다. 또 그리스 은행 규제당국에 따르면 독일의 히포 리얼 에스테이트는 91억유로를 그리스에 투자했으며 코메르츠방크는 46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채권을 가지고 있다.
ECB 규칙 아래 은행이 대출을 위해 둔 담보마저 손실이 난다면 대출기관은 좀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ECB 요구는 가장 약한 은행에 좀 더 많은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고 ECB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극도의 경우 이러한 가능성이 일어날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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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이 같은 위험을 2008년에도 직면한 적이 있다. 당시 ECB로부터 돈을 빌려간 리먼 브러더스의 자회사와 아이스랜딕 은행 지점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ECB는 100억유로 이상을 이 은행들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ECB가 궁극적으로 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투자자들은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지원이 있을 지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침체의 원인이 다양한데다 사회적 혼란, 경쟁의 부족으로 디폴트 형태나 부채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ECB 대변인은 리먼 사태로 발생한 대차대조표 내용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이날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벗어난 것”이라며 일축했다.
◇생명선도 한계=많은 전문가들은 ECB의 신용이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가 다른 유럽 은행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생명선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ECB의 600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과 달리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영국의 뱅크오브 잉글랜드는 더 큰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이에 반해 ECB는 국채나 다른 문제가 많은 자산 매입을 계속하고 있다.
카일로는는 이에 대해 “그것은 단지 단기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며 “위험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잉글랜드에서 근무한 적 있는 시티그룹의 윌렘 부이터는 ECB의 위험이 여전하다고 본다. 시장이 그리스의 부채 지원을 거절한다면 그리스는 EU와 IMF에 의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ECB가 대규모의 대출 포트폴리오 손실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한편 ECB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금융시장에서의 담보물은 대략 13조유로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