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 마비되고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 쇼크
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경제에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원전 수습에 난항이 계속돼 끝내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또 한번 핵참사에 휩싸일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대두했다. 실제로 원전 방사선 차단과 원자로 봉쇄가 실패하면 방사능 낙진이 최소한 일본 동부를 초토화하는 것은 막을 길이 없다.
이에 따라 일본 원전 참사 이후 세계경제의 치명적 타격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동일본 초토화 日 경제 올스톱= 일각의 표현처럼 동일본 지역이 경제활동은 물론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궤멸적 타격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
우선 일본 내 주요 제조업 기반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조업불능에 빠진다. 해당 지역에 생산기반이 없어도 간접 피해는 불가피하다. 여러 분야의 크고작은 업체가 거미줄처럼 얽힌 비즈니스 관계를 감안하면 조업 차질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일본이 핵 참사에도 불구, 제조 설비와 인력 손상을 최소화하더라도 공장을 돌리기 위한 전력과 유류 공급이 마비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일본 내 평소 전력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이 이미 치명적 손상을 입었고 지진과 쓰나미 영향으로 정유공장과 유류탱크 곳곳이 파손되거나 화염에 휩싸였다. 급한대로 러시아 등에서 LNG를 들여오고 정유사가 정제할 수 없는 원유 물량은 인근 한국에 되판다 해도 임시조치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일본 제조업 마비사태의 파장은 몇몇 제품 공급망이 무너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이와 관련된 판매 유통망 등 주변 경제구조도 급속히 무너뜨린다. 공장을 돌리지 못해 임금이 줄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 2차 3차 영향이 확산된다. 이에 일본 경제는 생산과 소비 전면에서 마비된다.
◇세계 경제 서플라이 쇼크= 최근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일본 경제의 정체에 가려져 왔지만 일본은 산업장비와 기계류의 심장인 특수엔진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부품 제조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는 제조업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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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상을 지닌 일본 경제가 마비될 경우 세계의 제조업 공급망이 도미노처럼 허물어질 우려가 크다. 세계 경제에 '서플라이 쇼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21.3%, 스마트폰과 같은 소비자가전 분야에선 17%를 점유하고 있다. 전기전자 분야의 소니, 세계적 LCD 기업 샤프, 반도체의 도시바와 엘피다메모리 등이 각 분야 대표주자다. 한국, 대만 등의 전자업계가 이들 일본 기업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원자로를 비롯한 중(重)전기 분야의 강자인 히타치, 사무용품 분야의 캐논과 후지츠 등도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세계 1위 자동차기업 토요타를 비롯해 혼다와 닛산 등 완성차 업계의 피해는 일본 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기지가 전세계에 흩어져 있고 다국적 경영을 하고 있다지만 일본은 그 심장부 역할을 해 왔다. 심장이 멈추면 팔다리가 온전히 움직이기 어렵다. 결국 일본 원전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전세계 주요 산업 분야가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는 셈이다.
일례로 중국에선 지난해 세계 굴착기 생산량 2/3인 14만대가 생산됐는데 이 굴착기의 핵심인 수압장비와 디젤엔진은 대부분 일제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오프하이웨이리서치의 데이비드 필립스 이사는 "일본의 많은 관련기업들이 지진 이후 여러 이유로 조업을 중단했다"며 "앞으로 3~6개월간 중국 굴착기 업계의 공급망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일본 경제가 파국을 맞을 경우 그 여파가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다. 스위스 연방기술위원회의 로지스틱스 전문가 스테판 와그너는 일본발 공급망 붕괴와 관련 "일제 부품을 쓴 전자제품 사용 기업들 전반에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적인 영향은 판단키 어렵지만 아마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항공기 업체 보잉을 비롯, 독일 지멘스와 바스프 등도 현재까지 일본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인 파장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IHS 아이서플라이의 데일 포드 선임애널리스트는 일본발 공급부족 사태의 악영향이 몇 개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