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이탈리아 총리, 집권 연장했지만 국민 희생 담보로 성공해야

한국이 곤히 잠들었던 22일 새벽, 유럽에선 두 명의 총리가 불명예 사퇴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하원 신임투표에서 가까스로 승리, 2013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탈세, 횡령, 미성년자 성매매 등 추문을 달고 사는 데다 사퇴위기를 여러 번 맞은 터라 이번만큼은 빠져나가기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살아 돌아왔다. 글자 그대로 '불사신'이다.
몇시간 뒤 아드리아해 건너편 그리스 국회의사당에선 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가 가결됐다. 300석짜리 의회에서 불과 12표 차이였지만 이긴 건 이긴 것이다. 바짝 긴장했던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총리는 활짝 웃었다.
두 총리의 생존법은 각자 달랐다. 베를루스코니는 보수정당과 타협, 감세정책을 약속하고서야 지지를 약속받았다. 반면 파판드레우는 야당에 거국내각을 제안했다 거절되자 정면돌파를 선택, 개각을 단행하고 재신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들 앞에 만만찮은 과제가 산적했다는 사실은 똑같다. 우선 베를루스코니에겐 감세약속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집권연정 유지는 탁월한 정치력의 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감세를 해야 하니 '독이 든 성배'를 든 셈이다.
게다가 지금도 그를 피고인으로 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언제 어디서 총리직을 다시 걸어야 할 악재가 나올지 미지수다.
그리스는 지난해 구제금융 사태도 모자라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지난 1년 긴축재정과 경제개혁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는데 이게 다 헛수고였다. 총리는 이제까지보다 훨씬 강도 높은 긴축안을 내놔야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당장 다음주 긴축안의 의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 충격을 줄이자면 두 사람이 성공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들이 실직, 급여삭감, 복지축소 등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다며 구조조정을 미루거나 민영화를 거부하면 정권도 나라경제도 공멸이다.
반대로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경제만 되살려놓으면 그 희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요컨대 방법이야 어찌됐든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것이 요즘 유럽의 현실이다. 생존에 급급한 유럽의 모습이 조금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