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순종하는 韓 좋다" 테러범 고백

"여성들 순종하는 韓 좋다" 테러범 고백

김성휘 기자
2011.07.25 16:08

심상치 않은 유럽 극우세력 약진, 공통분모는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

↑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브레이빅이 일본, 한국, 대만을 '성공적인 민족주의 국가'로 규정한 동영상 화면
↑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브레이빅이 일본, 한국, 대만을 '성공적인 민족주의 국가'로 규정한 동영상 화면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안데르스 브레이빅(사진)이 한국과 일본을 단일문화와 가부장제가 강한 자신의 '이상향'으로 꼽았다.

브레이빅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범행에 앞서 공개한 동영상 '2083:유럽 독립선언'에서 유럽의 다문화주의를 배격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며 "일본, 한국, 대만은 다문화주의를 거부한 성공적인 민족주의 국가"라고 밝혔다.

그는 동영상에서 "다문화주의는 유럽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고안된 반(反) 유럽 이데올로기"라며 무슬림의 유럽 이주가 이른바 '다문화 마르크시즘'의 음모라는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럽이 본받아야 할 사회로 한국·일본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이 생각을 담은 1500쪽이 넘는 분량의 메니페스토(선언)에선 한국과 일본이 문화적 보수주의, 민족주의에 가깝고 두 나라 여성들이 순종적이라며 노르웨이도 한국·일본처럼 되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사회 질서 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이상국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다. 범죄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강도나 살해 걱정 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유럽은)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단일문화 모델을 이뤄야 한다."

정작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사회변화를 받아들여 다문화가정 지원과 이민정책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어느 노르웨이 극우 청년의 인식은 한국의 실상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경제난에 극우세력 활개, 제노포비아 증폭= 브레이빅의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판단은 이번 테러에 대한 또다른 우려의 지점을 남긴다. 최근 경제난 속 극우보수세력이 약진하는 등 유럽의 정치지형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 근본주의, 유럽통합 반대, 주권 강조 등 일부 극우정당의 논리는 브레이빅의 주장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브레이빅의 말을 일그러진 한 개인의 망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 유럽 정치 판도는 좌파의 위축과 극우세력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기존 좌파 정권들이 인기를 잃고 급속도로 지지기반을 잃는 데 반해 극우성향 보수정당은 그 빈틈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이는 그리스 위기로 상징되는 유럽 전반의 경제적 어려움 탓이 크다. 먹고살기 어려워진 유럽인들은 예전엔 그냥 지나치던 무슬림 이웃을 더이상 곱지 않게 본다. 그들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판에 박힌 주장도 새삼 먹혀든다.

지역통합의 모델로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유럽연합(EU)은 경제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역내 국가간에 개방했던 국경을 다시 걸어 잠그자는 논의마저 제기되며 존폐의 기로에 내몰렸다.

결국 경제위기에 따른 삶의 질 하락, 선진국민이라는 자존심의 추락이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를 다시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노르웨이에선 제2당인 우파 성향 진보당(41석)과 3당인 보수당(30석)을 합하면 집권 노동당(64석)을 넘어선다. 노르웨이 진보당은 엄격한 이민정책을 표방하고 있으며 테러용의자 브레이빅이 한때 가입한 바 있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 결과 이민과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진짜 핀란드인'이 약진, 집권연정의 핵심인 국민연합(44석)과 사회민주당(42석)에 다소 뒤진 3위(39석)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원내진입 득표율 하한선인 4%를 넘는 5.7%를 얻었다.

덴마크의 극우성향 인민당(DPP)은 2007년 총선에서 14%에 이르는 득표율로 인기를 확인했다. 인민당은 그동안 유럽통합 과정에서 EU 회원국끼리 철폐했던 국경통제를 당장이라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에서도 무슬림을 배격하는 자유당이 인기를 얻은 반면 중도우파 소수정부는 이에 속수무책이다. 프랑스, 영국 등의 우파 정당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러시아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련 붕괴 후 생겨난 네오나치 조직들이 근절되지 않으면서 10-20대 청년들의 스킨헤드 조직이 외국인 이주자와 유학생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빈발한다.

이에 따라 유럽의 극우주의와 외국인 혐오 정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3일 범행 배경이 아직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외국인처럼 (나와) 다르게 보이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범행 동기"라며 "증오는 우리 공동의 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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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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