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0%폭락..호되게 뺨맞은 HP 변신 승부수

주가 20%폭락..호되게 뺨맞은 HP 변신 승부수

뉴욕=강호병특파원, 권다희기자
2011.08.20 09:53

"조급한 PC분사, 무모한 SW회사 인수, 되레 경쟁력 약화 우려"

"PC사업도 접고 모바일 사업도 손뗀다. 대신 소프트웨어 회사 인수해서 IBM과 같은 서비스회사로 거듭나겠다"

휴렛팩커드(HP)가 발표한 과감한 변신 계획이 시작도 해보기 전에 시장의 거센 반발에 부딛쳤다.

19일(현지시간) HP 주가는 20%나 폭락한 23.6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 6년래 최저수준이다. 하루동안 시가총액만 120억달러가 날라갔다.

HP는 전날 실적 발표와 함께 수익성이 떨어지는 PC사업부를 분사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기다 영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오토노미를 103억달러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약 10년전 논란끝에 경쟁 PC업체 컴팩을 250억달러나 주고 인수한뒤 굳어져온 컴퓨터 제조업체로서의 회사의 정체성을 180도로 뒤집는 것이다. 올 7월 태블릿 터치패드를 출시한 뒤 2달도 채안되는 시점에 모바일 사업 철수가 결정됐다. 작년 4월 핸드셋 메이커 팜을 10억달러에 인수한지 1년4개월만이다.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더욱이 시장불안이 심한 상황에서 급조된 듯 한 회사의 변신계획을 서둘러 발표한데 따른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HP의 주주회사인 베커 캐피탈의 팻 베커 매니저는 "새로운 전략을 너무 일찍 발표하는 바람에 PC부문이 좋은 값을 받을 기회를 놓쳤다"며 "HP가 팔려고 하는 회사를 도로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분사가 끝날때까지 PC부문은 이도 저도 아닌 레임덕 부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HP에 따르면 PC 사업 전략 대안을 평가하는 데 12~18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하나의 우려는 오토노미 인수가격 문제다. HP가 지불할 103억달러는 오토노미 연간매출의 10배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회사에 주당 80% 웃돈을 쳐서 인수하는게 납득 안간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소프트웨어 쪽에 잔뼈가 굵은 리오 애포태커 CEO의 승부수로 읽혔다.

그러나 워낙 급작스럽게 발표하다 보니 시장은 물론 고객, 임직원, 거래선까지 한꺼번에 흔들렸다. 발표후 애포태커 CEO를 포함, 경영진은 이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노이버거 베르만 바수 멀릭 수석이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HP의 PC분사는 찬성하지만 오토노미 인수는 주주가치를 파괴시키는 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PC분사가 도로 PC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다. PC가 번들로 판매되고 있는데 분사되면 그같은 결합판매 능력이 없어져 저가격 경쟁에 휩쓸려 버리고 말 것이란 얘기다.

기업고객과 관련 HP의 PC는 기술서비스나 서버시스템과 더불어 번들로 팔리고 있다. 또 소매업체와 관계에서도 프린터나 잉크 등과 함께 공급되는 바람에 PC가 가격협상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이는 부품업체와 관계도 마찬가지다. HP는 그간 PC제조에 쓰이는 칩과 부품을 서버제작에 들어가는 부품과 함께 주문해 유리한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분사돼 본사인 HP 울타리 밖으로 나오면 그같은 협상력이 없어져 부품 구매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다. 결국 PC 판매가는 떨어지고 부품 구매가는 올라가 망하는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란 시장의 우려다.

HP는 분사된 PC메이커가 HP와 공동구매 및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몇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HP에 있을 때보다는 못할 것이란게 중론이다.

그간 HP는 PC 사업을 접을 생각은 계속해왔다. 그러나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올해들어서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봄만 해도 애포태커 CEO는 PC사업에 애착을 갖고 있었으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태블릿이 보편화되면서 사업을 접을 생각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HP이사회가 PC 사업을 접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에는 분사기업을 다른 기술기업이나 사모투자펀드에 매각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에서도 이사회에서 이뤄진 경영상 중요 결정은 법에 의해 증권당국에 공시토록 돼 있다. 회사 일부를 팔기도 전에 공시부터 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준법을 위해 어쩔수 없이 이사회 승인 후 부랴부랴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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