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초대문화부장관 "문명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가?"

“21세기는 정치와 문화보다는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가위 바위 보로 상징되는 융합의 순환론으로 어우러져 21세기 문명의 중심으로 부상해야 합니다.”
이어령(李御寧)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초대 문화부장관)은 16일 오후3시(현지시간), 베이징 한국문화관에서 ‘문명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가? 가위 바위 보로 푸는 한중일’이라는 강연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 아시아는 신(神)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륙과 해양 및 반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순환형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및 한국 대학(원)생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이 이사장은 “21세기에는 미국과 EU(유럽연합) 및 아시아가 권역을 이루는 블록주의(Bloc Nationalism)가 활성화될 것이며 이 가운데 아시아가 가장 강력한 블록이 될 것”이라는 프랑스의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 말을 인용, “동북아시아는 과거에 서로 싸우며 고통을 겪은 나쁜 기억이 있지만 져주기 때문에 이기는 순환적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세계질서는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경제적 자유와 사랑 없는 평등을 우선시하는 정치적 평등으로 피눈물 없는 다툼과 국가간의 전쟁이 빈발했다”며 “선택을 강요하는 ‘이것이냐 저것이냐(either, or)’에서 새로운 문제해결 모델을 창조해 내는 ‘이것 저것 모두(both, and)’로 나아가는 문화적 인류애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서양에선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동전을 던져 앞면이냐 뒷면이냐로 선택하는 것에 비해 동양에서는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한다”며 “동전 던지기는 이것 아니면 저것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만, 가위 바위 보는 서로 물고 물려 절대 강자가 없는 순환 관계로 결국 모두 승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동전 던지기는 동전이라는 도구가 필요하지만 가위 바위 보는 몸만 있으면 가능해 신체성이 중요하다”며 “스티브 잡스가 정전기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휴대폰에 직접 입력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실현한 기적을 만들어 낸 것처럼 신체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을 중국에서는 인터왕(因特網)이라고 하는데 원인을 나타내는 인(因)이 아니라 남을 느끼고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뜻하는 인(仁)을 쓰는 게 실제 인터넷의 뜻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중국과 일본만 있으면 대륙과 해양 국가가 다툴 소지가 많지만 가위에 해당하는 한국이 있음으로써 3국이 공존공영할 수 있는 순환관계를 만들 수 있다”며 “한중일 3국이 에너지 혁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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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달걀 3개를 삶으면 서로 굳어져서 합칠 수 없고, 3개를 함께 휘젓어 스크램블을 만들면 흰자와 노른자 구분이 없어져 정체성을 상실하지만 흰자는 섞기지만 노른자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에그 프라이는 자기특성을 유지하며 공존한다”며 “3중일이 에그 프라이가 된다면 근대가 시작된 지 200여년 동안 서양이 보내는 문화를 받아들엿던 것에서 아시아가 문화를 발신하는 문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