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佛 정치권의 독일 경계령

[기자수첩]佛 정치권의 독일 경계령

최종일 기자
2011.12.06 14:54

"결정권은 메르켈 총리에 있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를 따르기만 한다" 프랑스 제 1야당 사회당의 내년 대선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독일처럼 되길 바라지 않고 독일 역시 마찬가지다"며 재정통합을 주장하는 독일 중심의 유로존 위기 해법에 반기를 들었다.

사회당 소속의 의원 장-마리 르 갱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회담을 1938년 뮌헨회담에 비유했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정상이 나치에 대한 유화책으로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 지방에 대한 독일의 합병을 승인한 이 회담은 2차 대전의 발발을 막지 못해 실패한 회담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사회당 소속의 또 다른 의원 아르노 몽테부르는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독일 국가주의가 비스마르크 방식의 정책을 통해 부상하고 있다"며 "메르켈 총리는 지배력을 강요하면서 반목을 키우고 있다"고 혹평했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달성하고 첫 수상에 오른 인물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프랑수아 피용 국무총리는 재정통합안을 논의한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회담 하루 전인 4일 "저머노포비아(Germanophobia·독일공포증)의 악취를 풍기는 어리석은 발언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알랭 쥐페 외무장관도 "유럽의 보편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우리가 다름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강경한 입장은 독일이 개별 회원국의 예산 편성 등에서 외부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재정주권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촉발됐다. 내년 4월과 5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프랑스는 2차 대전에 독일과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주권에 대한 문제는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독일과 프랑스 양국 정상은 5일 정상회담에서 재정주권과 관련해 관심이 모아졌던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역할은 프랑스 야권의 움직임을 의식해서인지 최소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정통합 방향으로 가면 외부의 강제요소는 향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또 다시 갈등은 재현될 수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랑드는 사르코지 대통령을 결선 투표에 56%대 44%로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후보가 여전히 앞서 있지만 대통령이 위기 해결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임에 따라 격차는 많이 줄었다. 이 때문에 야당이 애국심을 끌어들이며 더욱 공세를 편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 내에서 독일의 부상에 대한 경계와 이에 대한 여론 동향은 유로존 위기해법을 둘러싼 관전법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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