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감축 시한 1년 연장…ESM으로 은행 자본확충 지원 검토
유럽연합(EU)이 스페인의 숨통을 틔워줄 두 가지 제안을 내놨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 시한을 1년 연장하는 것과 함께 유로존의 영구 구제기금인 유럽안정화기금(ESM)에서 스페인 은행에 직접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EU가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것은 일률적인 긴축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로 치솟는 등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 재정적자 감축 2014년까지로 연장 검토 =30일(현지시간)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EU회원국들의 연례 경제정책 권고 보고서를 발표한 뒤 "스페인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낮추는 마감시한을 2013년 말에서 2014년까지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신 스페인 중앙정부가 지자체들의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2013~2014년 동안 분명한 재정 운용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EU의 관련 규정에 과도한 경기 침체 등 일부 특별한 상황에선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EU가 재정적자 감축 시한 연기를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스페인은 2011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6%로 낮추기로 했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 스페인의 재정적자 규모가 최근 5개월 새 목표치보다 2차례나 상향 조정됨에 따라 스페인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렌 위원은 "스페인이 금융섹터의 문제를 매우 다급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 자본 확충이 금융권을 살리려는 노력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 3위 은행인 방키아는 정부에 19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발표된 45억유로의 출자 전환분을 포함하면 방키아 구제자금은 235억유로(약 34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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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 마감시한 연장안은 오는 6월 브뤼셀에서 열릴 유로존과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검토한 뒤 다음달 28~29일 열릴 EU 정상회의에서 확정된다.
◇ 유로존 은행들에 직접 지원 검토 =이와 함께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ESM을 활용해 유로존 역내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돕는 방안을 제안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이날 "오는 7월 출범하는 ESM이 유로존 내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바호주 위원장의 이 같은 제안은 대규모 부동산 부실 자산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은행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인은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으로 재정적자 폭이 확대될 처지에 놓였다. 아직 스페인 정부가 방키아 은행 등에 대한 지원 자금 조달 방법을 확정하지 못해 재정적자 규모도 산출하기 어려운 상태다.
현재 규정상 ESM은 유로존 회원국에 대해서만 명확한 조건 하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이 자금을 받아 은행들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정부를 거쳐 지원되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더욱 심화시킨다. 또 각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ESM이 은행권에 직접 지원하기 위해선 유로존 협약을 개정해야 한다. 의회 비준은 필요하지 않지만 17개 유로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문제는 독일 등이 이 같은 ESM 지원방식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바호주 위원장은 유로존이 단일 금융 감독기구를 마련하고 공동 예금보장 기능을 갖춘 '금융동맹'(banking union)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