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이 총리, 재정주권 포기하는 재정동맹 지지..다급한 증거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스페인이 자국 은행권 자본 확충을 위해 구제금융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스페인 집권 여당 내에서 처음으로 나와 주목된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자력구제가 가능하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각 정부 예산에 대한 중앙 기구의 관리, 감독을 제안해 스페인이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스페인 의회 외무위원회 소속의 호세 마리오 베네토 국민당(PP)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스페인 통신사 에페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배제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붕괴되지 않았다며 구제금융이 스페인에 "종말(apocalypse)"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스페인은 "공무원 임금 혹은 연금을 삭감"하는 등의 가혹한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자주국의 권리도 침해받을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고 말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집권여당이 구제금융을 놓고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지적했다.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이 자력으로 회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발언을 했다. 지난 2일 라호이 총리는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유로존 예산 당국"의 창설을 주장하며 유로존 소속국 중앙정부 예산을 이 기구가 관리, 감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스페인을 도와만 주면 '재정주권'까지 포기할 수 의향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라호이 총리는 앞서 지난 3월 재정주권을 거론하며 올해 재정적자 비율을 5.8%로 잡고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배짱을 부린 적이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압박에 못 이겨 이내 목표치를 5.3%로 다시 낮추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호이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재정주권 포기를 의미하는 예산의 외부 통제의 필요성까지 거론한 점은 스페인의 상황이 매우 다급함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라호이 총리의 입장 변화는 정부가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했다. 스워드피시 리서치의 게리 파이낸셜타임스(FT)에 "상황이 심각해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치인이 정부 지출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는 발언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스페인이 공식 구제금융을 신청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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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30일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회동에서 독일이 스페인에 대해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를 부인했다.
앞서 이 매체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쇼이블레 장관이 스페인은 단독으로 부실은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유럽의 임시 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F)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스페인 정부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스페인 은행권이 500억~900억유로의 자본 투입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슈피겔은 덧붙였다.
한편 스페인 재무부는 오는 7일 국채 입찰에 나선다. 스페인이 조만간 구제금융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발언이 나오고 스페인 국채 금리는 구제금융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7%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입찰이어서 시장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