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회원 키프로스, 스페인 앞서 구제금융 받나

유로존 회원 키프로스, 스페인 앞서 구제금융 받나

최종일 기자
2012.06.04 14:23

키프로스 중앙은행장 "키프로스 위기 상황 직면했다"(상보)

↑ 그리스 국채에 대한 키프로스 은행권 익스포저(총 대출 대비 %, 자료: FT)
↑ 그리스 국채에 대한 키프로스 은행권 익스포저(총 대출 대비 %, 자료: FT)

스페인의 구제금융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가 스페인에 앞서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구 70% 가량이 그리스계인 키프로스는 그리스와의 금융거래로 심각한 은행위기에 직면해 있다. 키프로스는 인구 100만여명의 소국이지만, 유로존 국가여서 구제금융 신청 시 금융시장에 미칠 심리적 충격이 결코 적지 않을 전망이다.

파니코스 디메트리아데스 키프로스 중앙은행 총재는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키프로스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디메트리아데스 총재는 자국 2위 은행 포퓰라 뱅크의 재자본화에 필요한 18억유로를 확보해야 하는 최종 기한이 이달 말이지만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다며 EU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키프로스의 위기는 그리스 때문에 촉발되었다. 키프로스 은행들은 그리스 국채 손실분담(PSI) 참여로 인해 30억유로 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그리스 민간 부문에 대한 대출액은 220억유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액은 180억유로에 달하는 키프로스의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는 규모이다.

키프로스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그리스와 같은 구제금융 방식은 재정주권의 양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까지 EU의 구제기금 지원을 거부해왔다. 대신에 러시아로부터 자금을 빌려왔다. 하지만 그리스 위기의 전염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는 상황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키프로스는 러시아로부터 지난해 25억유로의 자금을 빌려왔다.

미칼리스 사리스 포퓰라 뱅크의 회장 역시 "유럽 외엔 재자본화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키프로스가 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않음을 시인했다. EU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역내 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핵심기본자기자본비율(코어-티어1)을 9%로 맞춰야 한다.

니코시아 유럽 대학의 알렉스 아포스톨리데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키프로스는 그리스 위기의 여파를 체감하기 시작했고, 유럽 지원을 요청하는 것 이외엔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 중앙은행의 디메트리아데스 총재는 민간 부문 펀딩 혹은 타국으로부터의 대출 등과 같은 방식으로 포퓰라 뱅크를 재자본화하는 방식도 여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키프로스는 상환 최종기한을 한달 늦추는 방안을 놓고 유럽당국과 협상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는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 나라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유럽의 구제기금에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유럽 정상들이 그리스 위기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시장에 상기시키게 된다고 WSJ은 지적했다.

한편 키프로스는 금융부문에서 그리스에 대한 의존이 크기 때문에 전염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한다고 해도 키프로스가 이를 뒤따르진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키프로스의 컨설턴트 피오나 뮬렌은 FT에 "(유로존 이탈시 겪게 되는) 통화가치 절하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뒤 자본 유출도 현재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키프로스는 그리스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포저와 재정적자 등으로 인해 3대 국제신용평가사중 2곳으로부터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을 부여받았다. 키프로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5.3%였으며 올해 목표치는 2.5%이다. 키프로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14%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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