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시장남용행위 개정법에 직접 반영 시사..9일 영국 의회 청문회
유럽연합(EU)이 영국과 미국을 뒤흔든 리보금리(LIBOR·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사건을 조사해, 개혁안을 마련할 방침을 시사했다.
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리보금리 조작사건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영국 중앙은행(BOE) 차기 총재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폴 터커 부총재가 9일 의회 청문회에서 낙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금융 담당 집행위원이 리보나 유리보를 조작하는 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잠재적 허점을 없애기 위해 EU의 시장 남용행위 규제 법안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르니에 위원은 금리 조작이 잠재적으로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배신' 행위라고 비판하고, EU의 제재가 강화될 것을 시사했다. 그는 리보 결정 과정이 더 투명해져야 한다며, 리보 결정 과정을 조사하고 법을 개정하는 데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을 비롯한 관련국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조사가 EU 차원으로 확대된 것은 영국 정부와 BOE가 리보 조작에 개입했단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EU는 시장 남용행위 법안 개정에서 리보 조작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려 했지만,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바클레이즈가 사상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되고 회장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사임한 가운데, UBS가 지난 2008년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재임 시절 영국 재무부에 "리보 인하, 대출 여건 개선"이란 제목의 극비 자문 보고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돼 영국 정부 차원에서 리보 조작을 지시한 것인지 의혹이 일었다.
야당이 된 노동당은 보수당 연립정부가 노동당을 누르기 위해 리보 조작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UBS의 보고서는 미국 금융위기 당시 은행의 자금조달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합법적인 정책 건의 보고서라고 해명했다.
노동당 뿐만 아니라 BOE 인사들도 곤경에 처했다. 영국 의회는 9일 청문회에서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인 터커 BOE 부총재를 상대로 BOE가 리보 조작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PICK!
지난 2008년 10월 터커 부총재가 로버트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 CEO와 통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이아몬드 CEO의 메모를 인용해 당시 터커 부총재가 바클레이즈의 높은 차입금리에 대한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내년 머빈 킹 BOE 총재가 물러나면 뒤를 이을 인물로 터커 부총재가 유력시 됐지만, 통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정부의 신뢰는 물론 터커 부총재의 명성에 흠집이 났다. 리보 조작사건에 대해 터커 부총재와 노동당 관계자들은 직접적인 해명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 기준금리인 리보는 매일 오전 11시 영국 런던에서 대형 은행들 18곳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거나 대출을 내줄 때 적용한 금리를 보고서로 받아 산출한 평균금리로, 타 금융기관은 리보금리에 자신의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를 붙여 금융 거래를 한다.
바클레이즈는 미국 금융위기 당시 조달 금리를 낮추고, 당국의 재무건전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실제보다 조달 금리를 낮춰 잡은 리보 금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조달 금리 수준은 은행의 리스크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며, 조달 금리 수준을 속인 것은 시장 기만 행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