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조'는 곧 대통령의 힘?

[기자수첩]'내조'는 곧 대통령의 힘?

최은혜 기자
2012.09.05 16:28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공개 키스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야구 경기 관람 도중 '키스타임' 카메라에 잡히자 대통령 내외가 입을 맞춘 것. 당시 관람석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나온 동시에 '진짜 할 줄은 몰랐다'는 듯한 놀란 표정이 보였다.

지난 7월 미국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농구 경기를 관람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키스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자 영부인 미셸 오바마에 키스를 했다. 관중들은 오바마의 재선 성공을 뜻하는 "4년 더"를 외치며 환호했다.

남성 정치인들의 아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 내조'를 하는 것이 보통인 우리나라에서 아무래도 대통령 내외의 공개석상 키스는 익숙한 풍경이 아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오바마 부부가 첫 키스를 했다는 시카고의 한 장소에 기념 비석까지 세워졌다. 아마도 문화의 차이겠지만 그만큼 미 정치권에서 퍼스트레이디는 화제의 중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올 11월 대선을 향한 레이스에서도 부인(婦人)들의 활약이 한창이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미트 롬니의 차가운 기업가 이미지를 부인인 앤 롬니 여사가 인간미를 부각시킨 연설로 다소 상쇄시켰다.

미셸 오바마 여사도 4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동안 선거 유세 현장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 각종 행사에 참석하거나 TV에 출연,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남편을 대신해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적극적이었던 그녀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조사 결과 미셸 오바마와 앤 롬니의 호감도는 그녀들의 남편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셸 여사의 지지도는 69%로 오바마 대통령보다 13%포인트가 높았고, 앤 여사의 경우도 응답자의 40%가 호감을 보여 롬니 후보(35%)보다 5%포인트 앞섰다.

미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 후보의 부인은 유권자들이 백악관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고민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배우자가 없는 미국 대통령이 국민에게 인정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이처럼 대통령 후보의 부인들이 '그림자'가 아닌 뚜렷한 실체로 활동하는 모습이 일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녀를 둔 화목한 남녀 부부'라는 중산층 가정에 대한 틀이 미국에서 얼마나 견고한지도 엿볼 수 있다. 또 내조의 여왕에서 나아가 여성 대통령도 나왔으면 싶기도 하다.

어찌됐든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영부인 후보들이 어떤 활약을 더 보여줄지가 궁금해진다. 연말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는 '남편들의 내조 활약'을 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과 함께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