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범생’ 포르투갈 또다른 위기

[기자수첩]‘모범생’ 포르투갈 또다른 위기

권다희 기자
2013.07.04 15:28

한동안 잠잠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불안감이 구제금융 ‘모범생’ 포르투갈로 인해 다시 지펴졌다.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명령'을 가장 성실하게 이행했던 나라로 평가돼 온 포르투갈에선 3일 6%대 중반이었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순식간에 8% 부근까지 치솟고 리스본 증시 PSI20이 5.3% 급락하며 시장을 긴장케 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연은 이렇다. 1일 포르투갈 긴축정책을 진두지휘하던 비토르 가스파르 재무장관이 사임하자 페드로 파소스 코엘류 총리는 즉각 차기 재무장관으로 마리아 루이스 알부케르케 재무차관을 새로운 재무장관 내정자로 밝혔다.

비토르의 사임으로 긴축정책이 재고될 것이란 예상이 무산되자 파울로 포르타스 외무장관이 이에 대한 반발로 재무장관 사임 후 24시간이 채 안 돼 사표를 냈다. 코엘류 총리의 연정파트너 중 한 곳인 우파 국민당(CDS-PP)을 이끄는 포르타스의 사퇴로 CDS-PP가 연정에서 탈퇴해 연립정부가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포르투갈 사태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급속히 전염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내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끝내려 했던 포르투갈 정부의 계획은 고금리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포르투갈은 2011년 780억유로의 구제기금을 받는 데 합의한 뒤 불과 2년 만에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등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채권단이 요구한 사항의 3분의 2를 이행했다.

그러나 실업률이 18%까지 오른 가운데 연금과 임금을 더 줄여야 한 마지막 관문에서 정치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했다.

포르투갈 경제는 경제위기 이전에도 10년간 정체 돼 있었기에 트로이카가 요구한 사항을 이행한다 해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 지속적인 성장이 없다면 포르투갈의 국가부채가 다룰 수 있을 만한 수준이 될 지에도 의문이 발생한다.

경제정책을 정치와 따로 떼어놓았던 트로이카 해법의 맹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대목이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과 지속되는 경기침체가 국민들의 인내심을 한계로 몰고 가 급진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도록 하기 전 포르투갈이 긴축의 정치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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