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중독에 걸린 투자자…심리학 실험결과는

정보 중독에 걸린 투자자…심리학 실험결과는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10.05 08:00

[행동재무학]<34>'많은 정보 = 좋은 결과'의 맹신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주식투자의 성패는 정보력의 차이?”

주식투자자들은 이 말을 당연한 진리처럼 여긴다. 그래서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마치 마약이나 술 중독자와 같이 주식투자자들은 늘 정보에 목말라하고 중독돼 있다.

우리 주위엔 꼭 한 두명씩은 소위 '주식고수'라 불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정보통'이다. 따라서 주식초보들은 “나도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만 있다면 대박을 거둘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주식고수 주변을 기웃거린다. 떡고물(=정보)이라도 하나 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런데 과연 이 주식초보의 생각이 옳을까? 일련의 심리학자들은 정보의 양이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한 심리학 연구는 경마장의 도박사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경마장의 도박사들에게 경마에 나온 말들의 과거 데이터를 5개, 10개, 20개, 40개씩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각각의 경우에 있어서 경마 승부의 결과를 예측하도록 주문했다. 그리고 각 예측 결과에 대해 얼마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도 물어봤다.

5개의 데이터만 주어졌을 때 경마장 도박사들은 자신의 승부 결과 예측에 대해 고작 17%의 자신감만을 표시했는데, 40개의 데이터를 주었을 땐 자신감 수치가 두배로 껑충 뛰어 30%를 넘었다. 그런데 정작 중대한 사항인 승부 결과에 대한 예측 정확성은 데이터를 5개만 주든 40개로 늘리든 별반 차이가 없었다. 즉 추가적으로 제공된 정보는 도박사들의 엉뚱한 자신감만 키워줬을 뿐 예측 정확성을 전혀 높이지 못한 것이었다.

또다른 심리학 연구는 미국 대학의 미식축구 경기 전문가를 대상으로 했다. 이 연구는 미식축구 전문가에게 각 6개와 30개의 정보를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15게임의 경기결과를 예측하게 했다. 또 자신들의 예측에 대해 얼마나 자신하는지도 체크했다.

놀랍게도 미식축구 경기 전문가에 대한 조사 결과도 위의 경마장 도박사와 유사하게 나왔다. 미식축구 전문가에게 정보의 양을 6개에서 30개로 늘려주자 자신들의 예측에 대한 자신감 수치가 69%에서 80%로 치솟았지만, 그들의 예측 정확도는 전혀 향상되지 못했다.

비슷한 결과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 실험에서도 얻어졌다. 일반인에게 4대의 자동차를 보여주고 각각에 대해 4개와 12개의 정보를 순차적으로 제공했는데, 4개의 정보만을 제공했을 땐 실험 참가자의 60퍼센트가 가장 최고인(best) 자동차를 골랐지만, 정보의 양을 12개로 늘려주었더니 고작 20퍼센트만이 최고 상태의 자동차를 골랐다. 즉, 더 많이 주어진 정보가 오히려 사람들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방해가 된 셈이다.

그럼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는 어떨까? 슬프게도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심리학 실험에서도 위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주식 애널리스트에게 15개 기업의 4분기 실적을 예측하도록 했는데 이때 정보의 양이 다른 3단계로 나누어진 정보를 제공했다. 가장 낮은 단계에선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을 제공하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기본 정보외에 추가정보를 늘려갔다.

이 실험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는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자신들의 실적 예측에 대해 더 높은 자신감을 보였지만, 예측 정확도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급격히 악화됐다.

이상의 심리학 실험이 정보 중독에 빠진 주식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많은 정보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주식투자자들이 진공청소기처럼 정신없이 빨아들이는 정보속엔 쓸데없는 노이즈(noise)도 많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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