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증시가 국제 유가와 달러 하락, 경기지표 부진 등이 엇갈리며 등락을 거듭했다. 장 막판 반등에 성공하며 3대 지수 모두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며 악재로 작용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2.92포인트(0.15%) 상승한 1915.45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79.92포인트(0.49%) 오른 1만6416.58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5.32포인트(0.12%) 상승한 4509.56으로 거래를 마쳤다.
RW베이어드의 마이클 안토넬리 중개인은 “최근 주가 움직임에는 일정한 방향이나 이유가 없다”며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랄프 로렌과 콜스는 기대에 못 미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각각 22.16%와 18.8% 급락했다. 원자재 업종 지수가 3.38% 급등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고 소비재업종 지수는 0.9% 하락했다.
◇ 경제지표 ‘기대 이하’, 고용지표 ‘Not Bad’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먼저 지난 12월 공장 주문은 2.9% 하락했다. 이는 2014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문가 예상치 2.8%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공장 주문은 6.6% 줄었다.
11월 공장 주문도 0.2% 감소에서 0.7%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12월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 제품) 주문은 당초 5.1% 감소에서 5.0% 감소로 조정됐다.
12월 운송장비 수주는 항공기 수요 감소로 12.6% 급감했다. 반면 자동차와 부품 수주는 1.4% 늘어났다. 12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자본재 수주는 4.3% 떨어졌다.
작년 4분기 미국의 생산성도 3%(연율 기준) 하락했다. 이는 2014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며 전문가 예상치 2% 감소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생산성은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처럼 생산성이 나빠진 것은 임금 상승에 따른 단위당 노동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4분기 비농업 노동자 시간당 비용은 4.5% 증가했다. 전문가 예상치는 4.3% 증가였다. 작년 한 해 동안 노동비는 2.4% 증가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자들의 PICK!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시간당 임금은 1.1% 증가했고 지난해 전체로는 2.8% 늘었다.
그나마 고용지표는 호조를 이어갔다.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8000건 증가한 28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로이터가 사전에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28만건’을 웃돌았지만 48주 연속으로 30만건을 밑돌았다.
추세를 보여주는 4주 이동평균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000건 증가한 28만4750건을 기록했다. 기존에 실업수당을 받고 있던 사람들이 또 신청한 경우를 집계한 연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만8000건 증가한 226만건을 기록했다.
◇ WTI 1.7%↓ 금값 3개월반 최고
국제 유가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다시 31달러 선으로 내려 앉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56달러(1.7%) 하락한 31.72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는 0.63달러(1.8%) 떨어진 34.4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8% 폭등했던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하락 반전했다.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그칠 것이란 애널리스트들의 경고도 부담이 됐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당초 예상보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제 유가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올해 국제유가 전망을 종전 배럴당 49달러에서 30달러로 대폭 낮췄고 내년 유가 전망 역시 평균 40달러로 제시했다.
한편 사우디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공급 가격을 인하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간 감산 논의 역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감산에 나설 뜻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반면 국제 금값은 이틀째 급등하며 3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6.2달러(1.4%) 급등한 1157.5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2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금값이 급등한 것은 달러 약세와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릭 밸리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의 켄 포드 대표는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 전망을 걷어 들이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1번 정도 금리를 올리는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11.6센트(0.8%) 상승한 14.85달러에 마감했다. 구리와 백금은 각각 1.7%와 3% 올랐고 팔라듐은 강보합에 그쳤다.
◇ 달러, 금리인상 지연 전망 확산 이틀째↓…3개월반 '최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달러 가치가 이틀째 다소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82% 하락한 96.51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22일 이후 100여 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92% 오른 1.120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3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 역시 1% 하락한 116.70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주 최저치다.
이처럼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경기지표 악화로 FRB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수익률을 쫓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 셈이다.
스탠다으 뱅크의 스티븐 배로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달러 움직임은 FRB가 시장이 염려하는 유일한 중앙은행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지연된다면 어떤 통화정책을 쓰더라도 달러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주최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저물가를 관망하면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너무 늦게 행동할 때의 위험이 너무 일찍 행동할 때의 위험보다 크다"고 밝혔다.
이는 추가적인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미 드라기 총재는 3월에 통화정책 기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추가 부양책을 시사한 바 있다.
오는 5일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의 한 요인이다. 고용지표마저도 기대에 못 미친다면 FRB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은 확신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 카플란 총재 “추가 금리인상 신중해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카플란 총재는 댈러스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 경제 전망을 측정하는 데 '큰 인내심'을 갖길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도 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 상황이 상당히 위축됐고 지속될 경우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금리인상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플란 총재는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됐고, 잠재적으로 성장을 둔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를 비롯한 세계 상황이 미국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고 있다"며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있으며 성장 위험에 대해 경계심을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 유럽증시, 상승 출발했지만 혼조 마감
유럽의 주요 증시는 장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국가별로 등락이 엇갈리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전장 대비 0.2% 하락한 328.76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FTSE 100지수는 1.06%% 상승한 5898.76을 기록했다. 독일 DAX 30지수는 0.44% 내린 9393.36를 나타냈고, 프랑스 CAC40지수는 0.04% 오른 4228.53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증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광산주와 에너지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앵글로 아메리칸은 장중 한때 25% 이상 폭등한 후 20% 상승으로 마감했다. 글렌코어는 16%, 리오틴토는 10% 급등했다.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는 자동차주가 약세를 보였다. 다임러는 3.2% 떨어졌고 BMW도 1.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