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ECB 부양책 불구 드라기 '한마디에' 혼조

[뉴욕마감]ECB 부양책 불구 드라기 '한마디에' 혼조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6.03.11 06:30

뉴욕 증시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대 이상의 경기 부양책과 경기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혼조세를 나타냈다.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없을 것을 시사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과 국제 유가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0.31포인트(0.02%) 상승한 1989.57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5.23포인트(0.03%) 하락한 1만6995.13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12.22포인트(0.26%) 내린 4662.1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ECB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발표 직후에는 상승 폭을 확대하며 화답했다. S&P500 지수는 2000선을, 다우 지수도 1만7100선을 돌파했다. 나스닥 지수도 4700선을 웃돌며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조치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축소한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에너지와 통신업종이 각각 0.75%와 0.52% 하락했고 원자재와 유틸리티 업종은 각각 0.24%와 0.12% 상승했다.

◇ ECB, 경기부양 카드 ‘기대 이상’

이날 ECB가 내놓은 경기부양 카드는 기대 이상이었다.

ECB는 이날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현재 -0.3%인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1%포인트 더 낮춘 -0.4%로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0.05%에서 제로(0%)로, ECB 한계대출 금리도 0.30%에서 0.25%로 낮추는 등 3대 정책금리를 모두 인하했다.

양적완화(QE) 규모도 현재 600억유로에서 4월부터는 200억유로 늘린 800억유로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예상을 깨고 자산 매입 대상에 국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외에 회사채도 새롭게 포함시키기로 했다. 오는 6월 종료되는 4년 만기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도 재가동하기로 했다.

매트 맬리 밀러타박의 전략분석가는 "ECB의 결정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ECB가 내릴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를)내린 만큼 채권보다 주식에 더 투자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찬물 끼얹은 드라기 말 한 마디에…

하지만 훈훈했던 분위기는 불과 1시간을 가지 못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가 오랫동안 아주 낮게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이 발언으로 ECB의 경기 부양 의지에 의문을 나타냈고 추가적인 경기 부양 여력이 없음을 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경기 부양 카드가 먹혀들지 않는다면 속수무책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을 엄습했다.

그는 "물론 새로운 요소가 발생하게 되면 상황이나 전망도 바뀔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투자자들의 뇌리에는 '마지막 금리인하'라는 인상만 남았다.

이에 대해 CIBC월드마켓은 '비어 있는 드라기의 카트'란 제목의 분석 자료에서 "마리오 드라기의 정책도구함에 실탄이 과연 남아 있는지 떠올리기 힘들게 만든 것이 악재였다"며 "특히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앞으로 몇 달 간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에 머물 것"이라며 올 연말이 돼야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18년 유로존의 평균 물가상승률을 1.6%로 전망했다.

◇ 실업수당 청구건수 5개월 최저… 고용 강세 재확인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는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고용시장 강세를 재확인시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5만9000건으로 전주 수정치인 27만7000건보다 1만8000건 감소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27만5000건도 밑돌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향후 미국 경기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 나서고 해고를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다소 잦아들면서 경직된 노동 시장이 서서히 풀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짐 오설리번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최고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수치에 대해 "둔화된 글로벌 경기에서 미국이 빠져나올 수 있는 모멘텀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함께 발표된 실업보험연속수급신청자수도 감소했다. 지난 2월 27일까지 취합된 통계에 따르면 연속수급신청자수는 전주 수치보다 3만2000명 줄어든 223만명으로 집계됐다.

◇ 유로 2% 급등, 달러 1% 급락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외환시장에도 큰 충격을 줬다. 유로화는 2% 가까이 급등한 반면 달러는 1% 넘게 하락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1.14% 급락한 96.06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1.84% 급등한 1.1199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43% 하락한 112.82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유로화의 경우 ECB 발표 직후 1.5% 급락한 1.08달러까지 하락했지만 드라기 총재 발언 이후 급등하며 3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커먼웰스 포린 익스체인지의 오메르 에시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며 "하지만 ECB가 내놓은 부양책이 시장의 기대 이상이어서 상황이 안정되고 나면 유로화는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제유가, 산유량 동결 기대감↓ WTI 1.2%↓… 금값 13개월 최고

국제유가가 산유량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낙폭이 다소 줄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45달러(1.2%) 하락한 37.84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1달러(2.41%) 내린 40.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산유국 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소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산유량 동결 협정이 깨진다면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유가는 감산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값은 달러 급락 영향으로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5.4달러(1.2%) 상승한 1272.8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2월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전날보다 온스당 18.3센트(1.2%) 오른 15.5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백금과 팔라듐도 각각 0.8%와 1.3% 올랐다. 반면 구리는 0.5% 하락했다.

◇ 유럽증시, 드라기 발언에 초강력 부양책 ‘무용지물’ 하락 마감

유럽 증시도 드라기 총재 발언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영국 FTSE100 지수는 1.78% 떨어진 6036.70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전장대비 2.31% 빠진 9498.15에 마감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도 1.70% 밀린 4350.35를 기록했다.

율리치 레흐트만 코메르츠방크 통화전략가는 "드라기는 기본적으로 '이걸로 됐다'는 입장이지만 그들은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유지시켰어야 한다"면서 "금리 면에서도 그는 필요치 않게 (투자자들의) 기대를 꺾어버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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