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싸진 영국 명품, 中 아줌마 부대가 싹쓸이?

브렉시트로 싸진 영국 명품, 中 아줌마 부대가 싹쓸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6.06.30 15:30

차이나머니, 영국 구매대행·여행·부동산 등에 관심 커져, 버버리 등 10% 이상 가격인하 효과

"중국인들의 영국 제품 구매대행 의뢰가 10배나 더 늘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를 하는 시나 씨는 요즘 아침마다 200건이 넘는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문자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나 같이 영국 제품 가격 변동폭이나 구입 방법을 문의하려고 중국 본토에서 보낸 문자들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선거 이전만 해도 1일 구입 의뢰건수는 20건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4일 브렉시트 결정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가격 인하 효과가 10%를 웃돌자 중국 다마(아줌마) 부대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중국 남방도시보와 계면신문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 선거 직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3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중국 아줌마 부대들이 바빠지고 있다. 버버리나 알렉산더 맥퀸 같은 영국산 명품의 위안화 환산 가격이 크게 낮아지며 구매대행 의뢰가 급증하는 한편 영국 여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이나머니가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 부동산 사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산 명품 등 가격인하 효과, 중국 대륙 '영국 쇼핑'

파운드 당 위안화 환율은 브렉시트 투표 직전인 23일 9.8위안을 넘었지만 브렉시트 결정으로 나흘 만에 8.8위안대까지 떨어졌다. 이전 고점보다 10%이상 낮아진 것이다. 이렇다보니 영국산 명품의 위안화 환산 가격도 덩달아 떨어졌다. 버버리 여성코트는 1395파운드로 지난 23일 환율 적용 시 1만3757위안(238만원)이었지만 27일에는 1만2330위안(213만원)이면 살 수 있게 됐다. 불과 나흘 만에 환율 요인으로만 1427위안(25만원)이 저렴해졌다.

또 다른 영국산 명품 알렉산더 맥퀸의 핸드백도 23일 환율로는 1만305위안이지만 27일에는 9236위안까지 떨어졌다. 영국 토종 브랜드 뿐 아니라 루이비통이나 샤넬, 에르메스 같은 명품들도 영국에서 사는 것이 한결 싸졌다는 평이다. 영국은 현재 세일이 한창이어서 정상가에서 40~50% 할인도 해주고 있어 브렉시트로 촉발된 중국인들의 ‘영국 쇼핑’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인들의 해외 구매 주 무대가 일본에서 영국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엔화 약세에 힘입어 499만명이 일본을 찾았고, 이들이 쇼핑 등에 쓴 돈만 800억위안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값 비싼 명품 제품일수록 파운드화 평가절하에 따른 위안화 가격 인하 효과가 크다"며 "4000~5000파운드를 넘는 제품이라면 위안화 환산 가격이 이전보다 3000위안 이상 낮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환율 관점만 놓고 본다면 영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지금이 최적기로 알려졌다. 버버리의 경우 대부분 제품을 이탈리아 공장에서 만드는데 판매 원가의 65%를 유로화로 지급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파운드화 절하가 계속된다면 원가 부담이 가중돼 결국 버버리는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파운드화 약세로 영국 여행·부동산 투자도 잇따를 듯

세계 최대 관광객 송출 국가인 중국의 여행업계도 브렉시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파운드화나 유로화 평가절하로 중국인들의 영국이나 유럽 여행 여건이 더없이 좋아질 수 있어서다. 베이징중신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의 영국 여행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 항공사들에게 런던행 티켓 배정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부 여행사들의 영국 여행상품은 고객들이 전년대비 40% 이상 늘었는데 파운드화 약세로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운드화 약세를 노려 좀 더 큰 베팅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중국 최대 해외 부동산 전문 사이트인 쥐와이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이후 중국인들의 영국 부동산 투자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0만 파운드(15억4200만원) 이상 투자를 원하고 있어 파운드 환율 인하에 따른 수혜가 상당할 전망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영향으로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영국 내에서는 앞으로 2년간 부동산 가격이 5%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부동산 관련 주식은 19% 정도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이 국제금융 중심 지위를 잃게 되면 탈 런던 현상이 가속화돼 런던 빌딩 가격이 10%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화권 최대부호 리자청 회장은 브렉시트 '최대 피해자'

이런 가운데 중화권 최대 부호인 홍콩 창장그룹 리자청 회장은 브렉시트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그의 보유 주식 시가총액만 11억달러가 증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 회장은 수 년 전부터 ‘탈 홍콩, 탈 중국’ 경영을 펴며 영국에만 520억달러를 투자했다. 영국의 전력, 천연가스, 상수도 사업은 물론 정보통신, 바이오, 인공지능에도 자금을 쏟아부었다.

중국에서는 그의 이런 투자 행보가 홍콩 부동산 하락은 물론 중국 경제 위기설을 부채질했다며 부정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다. 리 회장의 선택은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주력 계열사인 창장기건과 창화 주식 폭락을 불렀고, 천문학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장그룹이 영국에서 벌어들이는 순이익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의 손실은 주식시세표 상의 손실에만 그치진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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