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폭주기관차 美-이란 사이 초조한 유럽

'강대강' 폭주기관차 美-이란 사이 초조한 유럽

정한결 기자
2019.05.09 17:43

나토·무역문제·제재 문제로 미국 심기 건들기 어려운 상황…일방적으로 이란과 핵협정 파기하기도 어려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AFPBBNews=뉴스1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AFPBBNews=뉴스1

미국과 이란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나가면서 그 사이에 놓인 유럽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한 쪽의 편을 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9일 블룸버그는 "유럽이 서로 적대하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끼이게 됐다"면서 "60일 기한 동안 (상황이) 바뀔 것이 없는 가운데 유럽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날인 8일 "이란 핵협정의 부분적 이행중단"을 선언하며 "60일내로 새 핵협정이 없으면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이란제재로부터 이란을 지켜주겠다는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5개국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란도 핵협정에서 사실상 탈퇴하겠다는 경고였다. 2015년 맺은 이란 핵협정은 이란이 15년간 핵연료를 만드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 편에 섰지만, 유럽 3국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섣불리 이란의 손을 들어줬다가는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데다가 막대한 경제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이란의 석유·광물·금융 기업은 물론,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들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앞서 대이란제재를 어긴 혐의로 프랑스의 BNP 파리바스에게 89억달러를, 독일의 유니크레딧 SpA에게는 13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유럽 3국은 지난 1년 간 미국의 제재를 회피해 이란과 거래하는 수단을 강구했지만 찾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란이 설정한 60일 이내에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예산 문제 및 유럽연합(EU)와의 무역협상에 대해 칼자루를 쥐고 있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이란핵협정이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이 이란과의 관계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8일 이란이 난민과 마약이 유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방지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제재가 유지돼 이란의 상황이 악화되면 난민과 마약이 유럽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현재 이란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100만명을 받아들였으며,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난민은 150만명에 달한다.

리처드 달튼 전 이란 주재 영국 대사는 "유럽이 자주적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 여부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도 유럽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한편, 유럽 3국은 8일 이란 핵협정을 계속 준수하겠다며 이란도 이를 준수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만 이란이 핵협정에서 후퇴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