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중국' 대만총통 '프레지던트'…시진핑엔 '총서기?'

'뿔난 중국' 대만총통 '프레지던트'…시진핑엔 '총서기?'

임소연 기자
2020.09.05 07:45

[MT리포트]중국의 애국 알레르기②

[편집자주] 이효리와 쯔위, 곰돌이 푸..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들 인물이나 캐릭터에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인들이 공분했거나 현재도 화를 분출하고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서다. 맹목적 애국주의를 분출하는 대표적 누리꾼 집단으로 꼽히는 '샤오펀훙(小粉紅)'의 분별없는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 지도층의 애국 알레르기의 변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곰돌이 푸’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도 없다는 중국에서 중국인의 나라사랑은 정작 어떤 모습일까.

경제, 영토, 국제여론전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네이밍' 외교전까지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을 포함해 미국의 행보에 민감했던 중국은 대만을 거론하는 것에서 나아가 호칭 면에서까지 대만을 중국보다 우위에 두는 듯한 미국의 행보에 거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국가주석의 영어식 표현을 바꿔 '주석'이 갖는 정치적 정당성을 흔들고자 한다. 동시에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국제사회가 독자적 외교 상대로 보지 않도록 강조해온 대만의 총통을 '대통령(President)'으로 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중국 대표 아닌 '공산당' 대표

7월 미국 고위 관리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총서기(general secretary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라고 호칭하기 시작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렸다.

국가주석은 사회주의 일당제 국가의 지도자를 뜻한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과 가까운 의미를 지닌 호칭인 데 반해, 총서기는 당의 사무총장을 일컫는다. 미국이 시 주석을 중국의 대표가 아닌 중국 공산당의 대표로 취급하겠다는 의도다.

대통령은 국민의 민주적 지지와 투표를 받아 선출돼 정치적 정당성을 갖춘 리더에게 쓰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앨리슨 샬위스키 국립아시아연구국 연구부 부부장이자 미국의 대중정책 전문가는 “미 정부가 시 주석을 총서기로 호칭하는 건 매우 의도적인 행위”라며 “그들은 자유 정부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정부의 지도자를 구별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AFP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AFP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2018년과 2019년 공식석상에서 시 주석을 ‘대통령’으로 호칭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미국과 중국이 홍콩보안법, 위구르 인권법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화웨이 제재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시 주석 호칭을 총서기로 바꿨다.

폼페이오 장관이 시 주석을 총서기로 부르기 시작하자 크리스토퍼 브레이 FBI 국장과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이를 따랐다.

아예 지난달 21일엔 공화당 소속 스콧 페리 하원의원 주도로 미국 정부 공식문서에 중국 국가주석을 '프레지던트'가 아닌 '총서기'로 표기토록 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법안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지도자를 '프레지던트'로 부르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이 통치자에게 민주적 방식으로 권한을 부여했다는 잘못된 추정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 지위로 시 주석을 호칭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 차이 총통은 '프레지던트'
차이잉원 대만 총통/사진=AFP
차이잉원 대만 총통/사진=AFP

반면 미국은 대만과의 외교 수준은 점진적으로 격상 중이다. 1979년 대만과 공식적으로 단교한 이후 처음으로 장관급 인사를 대만으로 보냈고, 대만 총통을 '프레지던트'로 지칭했다.

지난달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났다. 미·대만 단교 이래 대만을 찾은 미 정부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위한 방문이었으나 ㅈ정치, 경제, 외교, 군사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그동안 공식 문서상에서 대만을 '정부'(government)가 아닌'당국'(authorities)으로 지칭해야 했다. 또 미 정부 소유 건물에서 대만 당국자를 만나는 것도 불가능했었다.

그러나 가오셔타이 전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장이 7월 이임인사를 전하기 위해 미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데다, 샤오비킴 신임 처장도 국무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상견례를 하면서 이런 규정도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올 1월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자 '프레지던트'라 칭하는 내용의 축하 성명을 냈다. 미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 선거 결과와 관련해 축하 성명을 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 국방부는 “극단적인 잘못이자 아주 위험한 일”이라며 "어떤 국가든 대만과 어떤 형태의 관방 교류, 군사 교류를 하는 걸 강하게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중국에선 차이 총통을 '총통(president)'이라고 명시하기만 해도 SNS상에서 계정이 삭제되거나 제재 받는다.

네이밍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중국과 대만의 긴장도 고조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8월 13일 "최근 대만의 북쪽과 남쪽에서 군사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동부전구는 인민해방군 5대 전구의 하나로,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을 관할한다. 인민해방군이 대만의 남북 쪽에서 거의 동시에 군사훈련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은 대만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며 국제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후원자다. 미국과 대만, 중국의 긴장 속에 섬인 대만과 중국대륙 사이에 있는 대만 해협(길이 400km·너비 150~200km)마저 더불어 달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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