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中여성들의 변심...K-뷰티 누른 무서운 C-뷰티

베이징시 동북 지역 차오양(朝陽)구 주셴차오(酒仙橋)로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인디고. 중국 내 유행 1번지로 통하는 몇 곳 중 하나다. 총면적 17만6000㎡ 공간에 상점은 물론 369개 객실 호텔과 CJ CGV까지 갖췄다. 젊은 층을 비롯한 가족 단위 쇼핑객이 즐겨 찾는다.
'세포라'는 세계 1위 화장품 매장답게 인디고 1층 서쪽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검은 색과 흰 색이 조화롭게 꾸며진 매장 입구에서부터 세련미가 넘친다. 매장에 들어선 기자는 종업원에게 한국 화장품 구역을 물었다.
직원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더니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설화수다. 매대는 매장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좋은 위치다. 설화수 매대 앞에는 라네즈, 아이오페가 자리 잡았다. 아이오페 밑에는 얼마 전까지 한국 브랜드였던 닥터 자르트가 작게나마 제품을 전시했다.
한국인 밀집 지역인 왕징과 인접한 데다 인디고가 한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핫 플레이스'라 한국산 화장품 호응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였다.


여성 종업원 스잉잉(史影影)씨는 "고가 상품들은 서구권 브랜드 중심으로 많이 팔린다"며 "한국 제품을 일부러 사겠다는 고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는 고객은 여전히 많지만 그나마 팔리는 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라네즈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마침 매장을 방문한 여성 고객 왕쥐안(王娟, 30대)씨는 "한국 화장품을 애용했는데 중국 화장품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이왕이면 값싼 국산(중국산) 제품으로 갈아 탔다"며 "한국 제품 가격이 지금보다 좀 내려가면 다시 살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그러면서 "한국산 브랜드가 고가의 서구 브랜드와 저가인 중국 브랜드 중간에서 서구쪽에 가까웠는데 이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너무 비싸다"고 손사래를 쳤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낮아진 위상은 숫자로 확인된다. 중국 관세청격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화장품 수입 금액 기준 2019년 23.0%였던 한국 화장품 비중은 지난해 18.8%로 급감했다. 한국과 함께 수입품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과 프랑스는 같은 기간 각각 23.7%→24.8%, 21.6%→22.4%로 늘었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중국 화장품들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 중국 내 화장품 기업 톱10 중 한 개도 없었던 중국은 지난해(2020년) 샹메이(7위), 바이췌링(9위), 체란(10위) 등 3개 기업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아모레퍼시픽(6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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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로컬 브랜드의 성장 보폭은 커지는 양상이다.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6월 브랜드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을 보면 완메이 40.7%, 춘지 50.3%, 롄훠 175.5%, 룬바이옌 126.0% 등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 한국 제품은 ?89.3%, -19.2%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소비 패턴도 이런 흐름을 재촉한다. 가격 비교와 이용 후기 등을 참조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게 되면 가성비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CCID 컨설팅(賽迪顧問)에 따르면 2016년 21.6%이던 온라인 판매 비중이 2019년에는 30.0%로 증가했다. 이 기간 주력 판매채널이던 대형마트 비중은 26.8%에서 22.0%로 줄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왕징 유명 쇼핑몰 카이더몰(凱德mall) 내 세포라 매장은 최근 점포 이전을 위해 문을 닫았다. 세포라는 카이더몰 안에서 자리를 옮길 예정인데 새 매장 규모는 기존의 절반 정도다.
중국 매체 '화장품금융'은 "중국 소비자들이 제품 안전성과 효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등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 제품은 짝퉁까지 범람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